중앙일보가 18일 오전 8시59분 ‘과학자 250명 “에어팟 등 무선 이어폰, 암 발생 위험”’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전 세계 과학자들이 애플 에어팟 등 무선 이어폰이 암 발생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호소문을 유럽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 세계 40여개국 생물·건강 분야 과학자 250여명은 최근 ‘무선장치에서 발생하는 비이온화 전자기장(EMF)가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하며 “과학자들은 EMF가 기준치보다 낮아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으며 낮은 수준의 EMF 노출이 장시간 이뤄질 경우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무선 이어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해당 기사는 화제를 모았다.

▲ 에어팟.
▲ 에어팟.
그러나 오보였다. 중앙일보는 19일 정정보도문을 내고 “관련 내용은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가 창업한 온라인 출판 플랫폼 ‘미디엄’의 포스팅을 통해 가장 먼저 알려졌고, 이후 여러 외신에서 인용하면서 구글 등 뉴스 사이트를 통해 확산됐다”며 기사작성과정을 설명한 뒤 “본 기사의 원문이 된 외신 기사들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본 기사에 언급된 호소문은 4년 전 제출된 것이며, 특정 제품이나 제조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당시 호소문 작성을 주도한 비영리단체 ‘이엠에프사이언티스트’(EMFscientist)는 에어팟과 같은 무선 이어폰에 대한 유해성을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5월 이 단체가 전 세계 과학자 190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유엔환경계획(UNEP)에 ‘국제 EMF 과학자 호소문’을 제출한 건 사실이지만 이 호소문에는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들을 근거로 비전리 전자기장 노출로부터 보호와 방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전자기파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WHO는 지난 30년 간 2만5000건 넘는 관련 연구가 이뤄졌지만, 일상적인 전자기파의 인체 유해성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며 “독자 여러분께 잘못된 기사로 혼란을 초래한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 같은 오보는 동아사이언스가 이엠에프사이언티스트 관계자인 조엘 모스코위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가정사회건강연구소 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호소문은 2015년 5월 제출됐으며 특정 제품이나 제조사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바로잡혔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문을 냈으나 관련 내용을 보도한 매일경제나 헬스조선의 경우 정정보도문조차 내지 않고 오보를 노출해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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