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무슬림을 상대로 한 최악의 총기난사 테러가 벌어져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범행에 나섰던 호주 국적 백인남성 브렌턴 태런트는 자신의 범행 장면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이후 호주 정부가 뉴질랜드 총기난사 장면을 내보낸 방송사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방송사가 테러 장면이 담긴 17분짜리 페이스북 실시간 영상 일부를 클립이나 이미지 등 형태로 방영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뉴질랜드 정부는 폭력 장면이 빠진 편집본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총기난사 영상을 온라인플랫폼에 공유하거나 방송에 내보낼 경우 위법으로 처벌받는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24시간 뉴스채널인 ‘스카이뉴스오스트레일리아’는 관련 영상을 내보낸 뒤 뉴질랜드 스카이TV 채널목록에서 빠졌다. 뉴질랜드 페이스북은 사건 발생 이후 24시간 동안 150만개의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허핑턴포스트’는 관련 영상을 절대 쓰지 말라고 전 세계에 공지했다. 영국 ‘더 선’과 ‘데일리메일’ 같은 황색언론은 영상 편집본을 올렸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내려야만 했다. 영국 ‘가디언’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가 자신들 플랫폼에서 확산되는 총격 영상을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혐오범죄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선 총기난사 편집영상이 공영방송 KBS·MBC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 뉴스에 버젓이 등장한다. 살해를 위해 총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마치 게임영상을 보여주듯 고스란히 나온다. KBS에선 범행당시 총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국제적 망신이다.

▲ 3월15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범행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 편집본이 등장한다. 타 방송사도 MBC와 크게 다르지 않다.
▲ 3월15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범행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 편집본이 등장한다. 타 방송사도 MBC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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