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의 재추대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이덕선 이사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했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이덕선 이사장이 압수수색 당한 하루 뒤인 지난 15일 그를 찾아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은 이덕선 이사장이 유치원 3법 개정에 대항하다 정권 차원의 탄압을 받는다는 내용이 주다.

특히 이덕선 이사장은 유치원장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가지고 사적 용도로 써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는데도 여전히 잘못이 없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내놨다.

이덕선 이사장은 “유치원 원장은 이를(누리과정 지원금) 수입으로 보고 반찬도 사고 핸드백도 사는 등 일상적으로 썼지만, 일반 대중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준 국민 세금을 원장의 쌈짓돈처럼 썼다’며 분개했다”고 최보식 기자가 질문하자 “사실 누리과정 지원금으로는 유치원 교사 인건비, 전기료, 수도료를 내도 부족하다. 당연히 교육 용도로 써야 하지만, 유치원 운영을 조금이라도 알면 이를 사적으로 썼다고 몰아붙일 수 없을 것이다. 이 논리라면 국가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국회의원은 모두 가계부를 공개해야 하며 아내에게 명품 백을 사줘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이덕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정부가 학부모의 유치원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누리과정 지원금(22만원·29만원)을 책정했다. 행정 편의상 이를 유치원으로 직접 입금했다. 유치원 입장에서는 유치원료 전부를 학부모에게 받을 때나 달라진 게 없다”며 “하지만 이게 국민 세금이니 사립유치원에 대해 회계 감사의 명분이 됐다. 사립유치원의 장부를 다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아이 낳고 아동수당을 받으니 급여 통장과 가계부를 다 공개하라는 격이었다”고 반발했다. 정부 지원금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지원금을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부정하면서 누리과정 지원금이 회계감사의 명분이 됐다는 주장이다.

▲ 조선일보 18일자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인터뷰.
▲ 조선일보 18일자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인터뷰.

이 이사장은 “유치원은 영리를 추구하는 학원이나 치킨집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사립유치원을 세울 때 국가에서 돈 한 푼 내준 적 없다. 개인이 건물과 부지 등에 평균 30억원을 넣었다. 손실과 적자가 나도 유치원 책임이다. 그런데도 수익 한 푼도 못 가져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교육기관이라 해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업이 되려면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열정페이’도 아니고…. 유치원 교사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듯이, 건물과 부지를 댄 원장이 유치원비 중에서 일정액을 가져가는 것은 영리 추구라기보다 원가(原價)의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영리를 추구하는 학원과 구분이 없는 주장에 가깝다.

이 이사장의 인터뷰가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시점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오는 26일 총회를 열어 신임 이사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덕선 이사장은 개학연기 투쟁에 실패해 그에 따른 책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이 이사장이 압수수색을 받는 등 탄압을 받고 있어 이사장으로 재추대하자는 제안이 후보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한유총 신임 이사장 선거에는 김동렬 수석부이시장과 오영란 후보가 출마했는데 김 이사장은 오 후보에게 이덕선 이사장을 재추대하자고 하면서 동반 사퇴를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이덕선 이사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부당하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집에서는 가계부, 딸 축의금 리스트, PC 자료를 모두 복사해갔다. 내가 운영하는 창업투자회사, 이미 매각한 케이블방송회사의 서류와 컴퓨터 자료도 다 갖고 갔다. 내 모든 것을 탈탈 털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한 “경찰 조사 4번, 검찰 조사 두 번, 세무조사, 교육청 감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지인들과 동업한 유치원 교재 납품 회사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거래하고 세금계산서를 다 발급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와 관련된 것은 다 뒤지는 것 같다. 표적이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 인터뷰는 이덕선 이사장의 재추대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하는엄마들 백운희 대표는 “언론이 공적이 내용을 다뤄야 하는데 조선일보 인터뷰는 사적으로 이덕선 이사장의 사정을 들어주고 있는 내용이다. 지금 피해를 본 사람을 이덕선씨가 아니라 양육자와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지면을 할애하고 그들 얘기를 들어주는 게 언론의 기능이다”라며 “그런데 조선일보 보도는 양비론을 펼치다가 이덕선 이사장 인터뷰에서 정권의 희생양이 된 것처럼 그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고 해도 일반 시민들도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지난해 11월 헤드랜턴를 머리에 쓰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새벽부터 이렇게 불을 켜고 유치원 마당에서 일한다. 저처럼 일하는 원장이 많다”고 했던 김용임 사립유치원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백운희 대표는 “조선일보가 같은 코너에서 김용임 한유총 지도부 인사를 인터뷰해서 개인의 사정을 들어주는 식의 내용을 채웠는데 이번 이덕선 이사장 인터뷰도 비슷한 행태”라고 말했다.

백운희 대표는 “회계 시스템 미도입으로 법률적 미비가 있어 비리가 가능했고 그래서 에듀파인을 도입하자는 게 공동체의 요구인데 그걸 막고 이 상황을 얘기하는 게 굉장히 모순”이라며 “이덕선 이사장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데 정부보조금과 학부모 원비 등을 교육적으로 사용했는지 흐름을 보겠다는 것에 사유재산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도 않고 그 얘기를 반복해 실어주는 것은 문제다. (인터뷰 내용에) 팩트가 틀린 것을 바로 잡지 않았는데 조선일보가 언론 기능을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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