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016년 9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자살 사건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는 지난 17일 오후 방송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자사의 침묵을 비판했다.

방 사장의 부인 이미란씨 죽음 배후에 가족들의 감금과 폭력 의혹이 있다는 지난 5일자 MBC ‘PD수첩’ 보도 뒤 나온 KBS의 자기 고백이다. 부인 이씨는 2016년 9월1일 한강에 투신했고 다음날 시신이 발견됐다. 

J가 KBS 내부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KBS는 2016년 9월 이씨의 자살을 취재했지만 보도하지 않았다. 

▲ KBS가 2016년 9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자살 사건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지난 17일 오후 방송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자사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 KBS가 2016년 9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자살 사건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지난 17일 오후 방송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자사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KBS 기사 작성 시스템에는 사건 발생 당일 당직 촬영기자 2팀과 취재기자가 이씨 시신이 발견된 가양대교와 관할서인 경기 고양경찰서를 찾아 이씨가 타고 왔던 승용차를 촬영하고 형사과장 등을 취재한 기록이 있다.

취재 기자는 취재 내용을 보고 형태로 기사 작성 시스템에 올렸다. “코리아나호텔 부인 변사 발견”이라는 제목이었다. 보고는 이씨 휴대전화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 외상 흔적은 없으며 자살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또 유서는 대부분 가정사가 담긴 7장 분량으로 유족이 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정보도 첨부돼 있었다.

그러나 취재 내용은 KBS에서 보도되지 않았다. 취재 영상은 사용이 금지됐고 보고 내용도 기사 작성 시스템에서 삭제됐다. 사건을 취재했던 KBS 기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란씨인지 확정하기 어려웠다” 등 입장을 내놨다.

비보도를 결정하고 보고 삭제를 지시한 인물은 사건 담당인 당시 KBS 사회부장이었다. 그는 15일 J취재진에게 “방용훈 부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하지 않았고 자살보도준칙에 따라 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 KBS가 2016년 9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자살 사건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지난 17일 오후 방송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자사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 KBS가 2016년 9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자살 사건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지난 17일 오후 방송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자사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이 시기 KBS 보도본부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외면하는 등 정권과 권력에 순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건은 박근혜 청와대가 주목한 사건이었다. 이씨의 형부 김영수씨는 지난 9일자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처제(이미란씨) 사망 직후 청와대 인사가 자신에게 “(이 사건은) 대통령 관심 사안”, “방용훈씨가 당신을 보복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KBS의 권력 눈치보기가 의심되는 이유다.

박근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후인 이듬해 4월 KBS는 방 사장과 그의 아들이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고 이미란씨의 언니 집을 무단 침입한 사건을 CCTV 영상으로 단독 보도했지만 후속 보도가 이뤄지진 않았다. KBS가 보도한 장면은 PD수첩이 지난 5일 방송에서 보도한 것이기도 했다.

KBS 소속 신지원 J기자는 “KBS 취재 기자 본인도 최초 경찰 수사가 굉장히 미진했던 부분을 취재 당시 느꼈고 굉장히 다루고 싶어했다”며 “또 조선일보가 평소 경찰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 부분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여러 여건상 못하게 돼 굉장히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방용훈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친동생이다. 조선일보 4대 주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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