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17일 선거제 개혁 단일안에 합의했다. 의석수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되, 정당득표율은 100%가 아닌 50%를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정당득표율 10%를 얻은 정당의 경우 300석의 10%인 30석을 배분하는데, 지역구에서 10석이 당선됐다면 20석의 절반인 10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것. 다만 의석수는 지역구 의석을 기존 253석에서 225석으로 축소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28석 늘린 75석(기존 47석)으로 한다. 만 18세 선거권 부여 조항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넣는 데도 합의했다.

4당이 18일 각자 합의 초안을 보고하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은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7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공수처법 저지 긴급대책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으로 일부 야당을 현혹해 결국 하겠다는 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고, 좌파독재장기집권 플랜”이라고 주장했다.

18일자 종합일간지 가운데 대다수는 4당 합의안이 거대 양당에 불리하고 소수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각 정당별 손익계산은 복잡할 수밖에 없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오르기까지 난항이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 3월18일자 한국일보 3면
▲ 3월18일자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4당 합의안을 두고 “연동방식은 당초 야3당이 주장했던 ‘100%연동제’의 절반에 그쳤지만 정당득표율만큼 권역별로 의석수를 배분해 사표를 줄인다는 기본취지는 일단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안이 적용되면 정당득표율이 높은 소수 정당은 의석 확보에 유리해지는 반면 지역구 의석이 많은 거대 양당은 불리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의석이 전체의 6분의 1석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지지율이 의석에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는데, 합의안의 경우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미리 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의석수가 정당지지율보다 낮은 소수 정당은 비례대표로 의석을 채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20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합의안을 단순 적용한 결과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6석(-1석), 민주당 10석(-3석), 국민의당 36석(+23석), 정의당 12석(+8석) 등으로 변동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합의안이 마련됐지만 실제 선거제 개혁 추진 과정에서는 각 정당별 손익계산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야3당과 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위한 법안 처리를 잠정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득이 적지 않으며 향후 선거제 개편에 저항하는 한국당을 고립시키면서 야3당과 연대를 통한 추가 입법 처리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고 봤다. 반면 한국당의 경우 실익이 전무하므로 손익계산에 따라 반대 입장을 표했다는 분석, 총선까지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영남권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면 현행 선거제에서 최소 원내 2당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 등을 전했다. 야3당의 경우 비례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거대 양당에 비해 유리해진 건 맞지만 당세와 지지율 등 처한 상황이 다르고, 정당 지지율 외 당별 지역구 의석수와 초과의석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릴 경우 현재 예측과 판이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신문도 관건은 각 당의 추인 절차라며 각 당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에 의석이 집중된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안이지만,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 통과가 우선시되면서 반대 의견이 있어도 함구하는 분위기”라고 전한 한편 “당내 상당수 의원이 선거제를 공수처법 등과 연계 처리하는 데 반대 뜻을 분명히 표한 바른미래당의 추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끝내 당론을 모으지 못하면 패스트트랙 패키지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개혁입법이 최종 무산될 경우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시간을 끌다가 국민적 여망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 3월18일자 국민일보 6면.
▲ 3월18일자 국민일보 6면.

국민일보는 지역구 축소를 둘러싼 갈등 우려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일보는 “자신의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의 반발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내 반대 의견이 변수”라며 “지역을 기반으로 둔 정당의 고민도 크다”고 봤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의 경우 수도권에서 10석(서울 7, 경기 3), 영남 7석, 호남 6석, 충청 4석, 강원 1석 등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지역구 의원을 225석으로 했을 때 선거구 인구 상한선과 하한선을 산술적으로 적용해 선거구 변화를 예측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두고 국민일보는 “선거구 획정은 인구 뿐 아니라 행정구역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이 예측대로 선거구가 정해질 가능성은 낮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오히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 수는 지금보다 많이 늘어난다. 김재원 의원의 발표는 가짜뉴스”라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 지적을 전했다.

▲ 3월18일자 한겨레 사설.
▲ 3월1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여야 4당 ‘선거제 단일안’, 최선 아니나 꼭 입법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4당의 이해를 조정한 타협의 산물이지만, 그래도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를 줄이고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혔다는 점에서 일보 전진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선거제 단일안이 여러 한계를 지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인 건,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 국회 본회의 통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한 매우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휴일에 긴급회의까지 열며 반발하는데, 명분 없는 행동이다. 1년 넘게 자체 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다 최근에야 ‘비례대표 폐지’라는 오히려 개악안을 제시한 건, 선거법 개혁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뒤 “현 선거법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정당에 절대 유리한 제도다. 민주당은 그나마 태도를 바꿔 다른 정당과 단일안에 합의했는데,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거대 정당 프리미엄을 누리려 애쓰고 있다. 득표율과 의석수의 엄청난 괴리를 계속 방치하겠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하기 어렵다. 4당은 자유한국당 반대에 흔들리지 말고,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3월18일자 조선일보 5면.
▲ 3월18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위 언론사들과 다소 다른 셈법을 전했다. “새 선거제 적용땐… 與 128→143석, 한국당 113→95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재 정당별 의석수에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을 적용할 경우 여당은 의석이 늘지만, 한국당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리얼미터가 TBC 의뢰로 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7.2%, 한국당 32.3%, 바른미래당 5.7%, 한국당 32.3%, 바른미래당 5.7%, 평화당 1.9%, 정의당 6.7% 등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민주당은 131석, 한국당은 113석으로 제 1, 2당 차이는 18석으로 줄어든다. 바른미래당은 19석, 평화당은 13석으로 현재보다 줄어드는 반면 정의당은 15석으로 늘어난다”고 봤다. 이어 “합의안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한 보수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잇따른 대여 강성 발언으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독해진 나경원 ‘독재와 싸우겠다’” 제목의 기사에서 “취임 초, 나 원내대표는 ‘공감형 투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터지는 각종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3월 들어 ‘초강경’으로 돌아서면서 나 원내대표는 당과 지지층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1월 조해주 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두고 국회에서 5시간30분씩 이른바 ‘웰빙단식’ 논란을 초래했던 것과,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비교했다. ‘초강경’ 대응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전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선거제 개혁안을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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