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이 불법 도박 의혹이 제기된 후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태현은 내기 골프를 한 건 사실이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했고, 돈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골프를 하면서 내기는 할 수 있고, 돈까지 돌려줬다는데 가수 정준영 사건을 등에 업고 과도한 의혹을 제기해 차태현이 희생양이 됐다는 동정론이 일고 있는 중이라고 많은 매체가 보도했다.

연예매체 오쎈은 특히 차태현의 불법 도박 의혹을 제기한 KBS 보도에 대해 “보도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메인 뉴스로 보도할 만한 사건인지 여부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정준영 사건이)친구나 동료 간 여흥에 불과했더라도 갑자기 지상파TV 프라임타임의 메인 뉴스에 걸린 배경 아닐까 싶다”면서 “‘1박 2일’이 지금 연예계 핫이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정준영이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고 이 불법 촬영물을 모바일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유, 유포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그렇다고 ‘1박2일’과 그 출연자들을 연좌제로 몰고 가서는 절대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1박 2일 멤버 정준영이 불법 영상 촬영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자 정준영의 하차 결정을 내렸고, 폐지 여론까지 일자 15일 오후 전격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KBS가 1박2일 멤버 차태현의 불법 도박 의혹을 보도한 것은 16일이다.

KBS는 “경찰이 확보한 가수 정준영 씨의 휴대전화 대화방들 가운데에는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출연진들로 이뤄진 대화방이 있다”면서 “그런데 이 방에서 일부 출연진들이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땄다며 이를 자랑하는 사진과 글을 올린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재구성한 단체 대화에는 차태현이 수십 장의 오만원 권 사진을 올리고 내기 골프를 쳐서 딴 돈이라고 자랑하는 내용이 담겼다.

KBS 보도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우선 정준영 사건으로 폐지 여론에 부딪혀 제작 중단을 선언했던 ‘자사 프로그램’ 1박 2일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보통 자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기 마련이지만 KBS는 정면으로 해당 문제를 제기했다.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도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럼에도 KBS는 불법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는 KBS 보도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다는 것. 배우 차태현이 그동안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내기 골프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인데 정준영 사건 때문에 차태현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여러 매체에서 KBS 보도를 질타하고 차태현의 하차에 반대하는 동정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는 이유 중 하나다.

▲ 3월15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사진=KBS 제공
▲ 3월15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사진=KBS 제공

KBS는 자사 프로그램이 한창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왜 차태현의 불법 도박 의혹을 ‘무리하게’ 나서 보도한 것일까.

KBS 관련 보도 리포트를 뜯어보면 차태현의 불법 도박 의혹을 제기한 이유가 ‘사회적 용인 수준’의 도박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차태현 불법 의혹 보도의 출처는 가수 장준영이 포함돼 있는 1박2일 출연진과의 단체방이다. 이미 관련 대화방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KBS는 보도 말미에 “불법 영상 촬영과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준영 씨는 이 대화방에 때때로 성희롱적인 발언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여지를 남겼다. 향후 폭발성이 있는 이슈로 1박2일 출연진의 단체방 내용이 거론될 수 있다는 뜻이다.

KBS는 또한 “상습적으로 내기 골프를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 등장한다”고 보도해 단순 일회성 도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박2일 단체방에서 정준영의 성희롱성 발언까지 확인했고 문제 발언을 용인했는지를 따져봐야겠지만 출연진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혹여 KBS가 단체방 대화 내용을 입수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가 타 매체에서 관련 먼저 내용이 보도됐다면 KBS는 오히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자사 프로그램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보도를 외면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었다는 애기다.

KBS는 자사 보도를 질타하고 차태현의 동정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차태현 불법 도박 의혹을 보도한 유호윤 기자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다만 해당 사건이 KBS와 연관돼 발생한 만큼 저희 내부에서 많은 논의와 고심 끝에 보도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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