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슨 낙으로 살아.. 쉬는 시간에 맨날 유튜브로 노래 틀면서 놀았는데 이젠 아예 듣지도 못할 듯.” 

지난 15일 페이스북 위키트리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를 차단하려 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구글 등 해외 사업자의 ‘불법행위’가 반복돼 시정명령을 3회 이상 위반하면 서비스 임시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8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SNS에 “인터넷 분야에서 만리장성 방화벽과 중국몽을 꾸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룹 노라조 출신 가수 이혁은 11일 SNS에 “진짜 공산으로 가고 있다니. 어디까지 언론 장악을 해야 만족을 하시렵니까. 넷플릭스도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둬야 하나”라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방통위 임시중지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유튜브 콘텐츠들. 작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 방통위 임시중지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유튜브 콘텐츠들. 작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유튜브 차단’ 키워드로 검색하면 문재인 정부 유튜브 검열을 기정사실화한 영상들이 수만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영상은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를 차단하려 한다’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가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Https’ 차단 논란과 맞물리면서 문재인 정부가 정부 비판 콘텐츠가 유통되는 유튜브를 제재하려 한다는 의심으로 번졌다. 정치적 주장을 하는 이들 뿐 아니라 유튜브 임시중지 도입이라는 표현을 보고 사이트 자체가 차단될 예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방통위가 임시중지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건 맞고 그 자체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임시중지의 이유가 되는 ‘불법 행위’는 표현물 규제와는 무관하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관계자는 “국회에 관련 법이 나와 있어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행위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불법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임시중지 법안은 지난해 2월 발의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법은 ‘임시중지’의 기준을 현행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제64조3’이라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동의 받지 않고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없이 사생활 침해 등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없이 개인정보 제3자에 제공 및 처리위탁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국외에 제공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즉, 기존 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내 사업자에 ‘과징금 부과’까지 가능했으나 해외 사업자도 포함해 ‘임시중지’까지 가능하도록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당장 방통위가 임시중지를 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직권으로 도입할 수 없다.

개인정보 대응은 명분일 뿐이고 실상은 콘텐츠 규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표현물 규제를 하려 했다면 다른 법 조항을 건드려야 한다. 방통위가 개인정보 문제를 빌미로 부당한 시정명령을 내린다면 사업자는 소송을 제기해 바로잡을 수도 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콘텐츠 내용’과 ‘글로벌 기업의 책무’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제적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잇따르면서 책무 강화 논의가 있었고, 여야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야당과 주요 언론이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 또한 이번 사안이 표현물 규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날 방통위가 발표한 다른 정책의 성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블로그 등 게시물로 누군가를 비판하면 진위를 따지지도 않고 신고만으로 차단하고 삭제하는 ‘임시조치’ 제도를 정치권과 기업이 악용해왔는데 방통위는 당사자의 이의제기권을 신설한다. 또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도 신설해 무분별한 온라인 공간의 표현물 처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가 비판적인 표현물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이들 제도를 고치지 않는 게 더 유리하다.

논란이 커진 데는 방통위의 잘못도 있다. 임시중지 도입이 적절한 수준의 대응인지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고, 정책의 내용과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불신의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에 여당 차원에서 추진해온 과도한 표현물 대응 또한 의심을 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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