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국민분열 발언을 두고 각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한 이후 연일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15일에도 정치권에는 나 원내대표를 두고 ‘토착왜구’라는 거친 표현까지 나왔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는 성명을 내어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고 친일파란 프레임으로 역사공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국당 국회의원 나경원은 토착왜구란 국민들의 냉소에 스스로 커밍아웃했다. 반민특위를 악랄하게 저지해서 친일파를 보위한 자들이 누구인가? 자유한국당은 명실상부한 자유당의 친일정신, 공화당, 민정당의 독재 DNA를 계승하고 있다.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 실패한 반민특위가 나경원과 같은 국적불명의 괴물을 낳았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조용하던 바른미래당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그냥, ‘자유한국총독부’로 당명을 바꿔라‘는 논평에서 “단죄와 분열을 구분 못하는 나경원의 빈약한 역사인식이 부끄럽다. 자신이 친일 세력이라는 속내를 거침없이 토해내기로 한 것인가? 입에서 악취가 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뿐 아니라 독립운동 단체도 나섰다. 광복회(회장 박유철)는 성명에서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폄훼 발언’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복회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다. 오히려 1949년 자유당 정권에 의한 반민특위의 강제해산이 친일청산을 가로막아 오늘날까지 굴곡진 현대사가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은 역사적인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 노력했던 반민특위 선열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는 말”이라고 규탄했다.

광복회는 “제1야당의 나경원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를 국민과 함께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과거 현대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PD들이 포함된 PD단체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는 15일 성명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폄훼 발언에 우리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그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의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그 동안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온 PD들의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이라고 규탄했다.

PD연합회는 “유력 정치인이 왜곡된 역사관을 공공연히 설파하여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이 땅의 비극”이라며 “나 대표가 대변하는 ‘국민’은 친일 기득권 세력인가? 그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돌출 발언이 아니라 평소 역사관과 가치관을 드러낸 것으로, 일본 자위대 창립기념식 참관 등 일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그의 행보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PD연합회는 KBS <인물현대사>,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숱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밝힌 점을 들어 “국민 절대 다수가 지지한 반민특위가 좌절된 것은 우리 역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비극으로, 친일 세력이 실권을 장악하고 지배층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 오늘까지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반민특위 해체 70주년이다. ‘못다 한 반민특위’를 역사의 법정에서 계속 진행해야 하며, 이 과제를 위해 우리 PD들의 몫도 있음을 잊지 말자”고 촉구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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