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일반인 신청을 받아 일일 배송을 맡기는 제도 ‘쿠팡플렉스’를 월 단위로 확대한 ‘쿠팡플렉스 플러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에 쿠팡이 약속한 직고용 일자리를 확대하는 대신 불안정 일자리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5일 논평을 내고 “플렉스 서비스는 질 낮은 일자리와 초단기 불안정 배송노동을 양산하고 산업 전반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킨다. 쿠팡은  ‘공유경제형 일자리’라는 미명 아래 플렉스 서비스 확대하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은 지난해 8월 ‘쿠팡 플렉스’를 도입했다. 쿠팡 플렉스와 직접고용인 쿠팡맨은 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을 받아다 집집마다 배달하는 업무다. 

▲ 쿠팡플렉스 신청자 모집창 갈무리.
▲ 쿠팡플렉스 신청자 모집창 갈무리.

플렉스는 일반인이 특정 일과 시간을 선택해 신청한 뒤 자기 차량을 이용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대금은 건 단위로 받는데, 현재는 건당 기본 대금인 750원 선이다. 플렉서들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쿠팡은 플렉서들에게 회사 차량과 물품을 제공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다.

쿠팡 플렉스 체제를 하루에서 월 단위로 늘린 것이 ‘쿠팡플렉스 플러스’다. 쿠팡은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쿠팡플렉스 플러스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월 단위 계약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대금을 지급할지도 테스트 중이므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배송노동자들은 쿠팡이 플렉스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책임 회피라고 주장한다. 쿠팡맨 직고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고용을 늘리거나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책임 지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만 늘린다는 것이다. 쿠팡은 2015년부터 쿠팡맨 직원을 만 5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맨노조)는 쿠팡맨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왔다. 쿠팡맨 가운데 70%가 비정규직이고, 4년 동안 임금은 동결됐다. 반면 로켓배송 물량은 급증해 업무 강도는 악화했다. 이 때문에 버티는 노동자들은 드물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쿠팡맨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 미만이다.

▲ 2016년 쿠팡맨 모집공고 갈무리.
▲ 2016년 쿠팡맨 모집공고 갈무리.

이경호 쿠팡맨노조 조직부장은 “쿠팡플렉스는 일반 택배보다 배송 단가를 많이 지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용안전성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걸 월단위로 확대한다는 건 플렉스 서비스를 안정화한단 뜻인데, 쿠팡맨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지급해 쓰다 버리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쿠팡은 불법과 편법으로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먼저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성실하게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쿠팡 홍보실 관계자는 “쿠팡 플렉스 플러스 사업은 당장 내일 종료될 수 있는 단순 테스트일 뿐”이라고 말했다. 직고용 확대가 부진하다는 지적을 두고는 “만5000명은 처음에 목표로 제시한 숫자였다. 채용인원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계속 확대해 현재 4000명에 이르렀다. 다만 떠나는 쿠팡맨들이 많아 전체 규모가 빨리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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