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이 광화문 대사관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외교부는 여전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결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이 38년 동안 광화문 대사관 부지를 임차료 한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부지 무상 사용 임차료 추정치는 900억 원에 이른다.

주한 미대사관 부지의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82-14로 돼 있다. 부지 면적만 6600 제곱미터에 달한다. 외교부는 지난 2008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1980년 9월 USOM(주한미국원조사절단)와 그 후신인 USAID-K(주한미국국제개발처)의 활동이 종료돼 주한 미대사관 청사에 대한 무상사용의 법적 근거가 소멸됐다고 보고 미국 측과 미 대사관 무상사용 문제에 대한 양측 간 이견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외교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왔다. 하지만 현재 3월 다섯 달이 지나도록 무상 사용 근거에 대한 한미 해석상 이견이 존재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부지 사용에 대한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고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해석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말도 믿기 힘든 말이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주한 미국대사관. ⓒ 연합뉴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주한 미국대사관. ⓒ 연합뉴스
주한미대사관의 토지 및 건물 소유자는 “총괄청-기획재정부, 관리청-외교부”이고 사용자는 주한미국대사관으로 돼 있다.

지난 2월 외교부에 1980년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 부지 임대료 징수 대상자 및 외교부의 징수 내역 현황, 주한미국대사관에 의한 사용에 따른 외교부의 각 연도별 임대료 징수 부과금 내역, 미징수금액 현황 및 총계 내역 등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외교부는 “해당사업 없음”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1980년 이후 임대 계약 체결 현황에 대해서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계속 사용에 대한 법령 근거를 묻자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1962년 5월 한미간 합의를 통해 미국의 대외경제원조기관인 USOM 또는 승계기관이 해당 건물을 무상 사용토록 허가”했다면서 “1980년 9월 USOM을 승계한 USAID-K의 활동이 종료된 이후, 한미 양측간 무상 사용 근거에 대한 해석상 차이 등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부지 무상 사용에 대한 공식입장으로 “한미간 해석상 차이 등이 있어, 양측은 2005년 7월 양해각서 및 2011년 4월 이행 합의서를 체결, 이에 따라 주한미국대사관 이전을 추진 중”이라며서 “이러한 한미간 합의가 조속하고 원만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현재 유관기관 및 한미간 관련 사항을 지속 협의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부지 무상 사용 근거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해서 주한 미국대사관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다. 지난 국회에 보낸 2008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답변인 동시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에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언제 이전을 할지도 불투명하지만 38년 세월의 무상 사용 대가를 치루지 않고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미군 주둔 대가로 전체 주둔 비용의 150%를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주둔비용+50’(cost plus 50)을 고안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무상 사용이 명백한 주한 미국대사관 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유영재 연구위원은 “1980년 주한미국원조사절단(USOM)의 후신인 주한미국국제개발처(USAID-K)의 업무를 대사관 경제과에서 연장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무상 사용 근거를 대고 있는데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공론화해야 하지만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반영해 외교부도 나설 의지도 없는 상황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유영재 연구위원은 “미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도 비용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과 시민사회 등이 나서 여론이 높아져야 해결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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