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과제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 주감초
③-1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경희여중
③-2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구산중
유튜브 리터러시 어떻게 할 것인가
⑤ 유튜브 리터러시 교·강사 인터뷰
⑥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기업의 역할
⑦ 언론과 미디어 리터러시
⑧ 시민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⑨ 노인과 디지털 리터러시
⑩ 한국 미디어 교육의 과제

유튜브를 파헤치는 새로운 미디어 교육이 나왔다.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work and life balance와 media의 합성어)팀이 지난 겨울 동안 전포초등학교 이태윤 교사의 자문을 받아 초등학교 4~6학년 대상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지도안을 만들었다. ‘미라밸’팀은 최동현·박정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 강한아·김원 방송작가, 배효진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율서비스팀 담당으로 구성됐다. 지난 1월29일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세미나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미라밸’팀이 논의 끝에 만든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과정의 이름은 ‘유튜브 구조 읽기’다. 교육의 시작인 1, 2차시는 유튜브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에 주목한다. 유튜브의 기본적인 특성을 설명하고 서비스의 구성을 설명한다. 이어 ‘내가 만들고 싶은 동영상 플랫폼 만들기’를 통해 영상, 추천 기능, 댓글 기능 등 다양한 기능들을 어느 곳에 배치할지 고민하면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 팀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 팀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어지는 3, 4차시는 ‘검색’ 기능을 탐구하는 내용이다. 우선 검색을 통해 돈가스를 훔쳐간 범인을 찾는 게임인 ‘돈가스가 사라졌다’로 시작한다. 스무고개를 하듯 추리하는 과정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키워드를 고민하게 하는 점이 핵심이다. 이어 ‘데이터가 나를 안다’에서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을 살펴본다.

5, 6차시는 마성의 ‘추천 알고리즘’을 분석한다. 유튜브 영상 미리보기 이미지를 썸네일로 직접 그리고, 해시태그를 달게 한다. 유사한 그림끼리 이어 붙인 다음 그림을 그린 아이가 차례대로 나와 스토리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연관 영상이 연달아 추천된다는 사실과 썸네일이 곧 예상하는 내용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게 목표다. 자신이 본 영상들을 복기하면서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영상을 추천하는지 돌아보는 교육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유튜브 교육을 고민한 이유는 매체 변화에 따라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영상 교육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거나 유튜브를 다뤄도 ‘크리에이터 되기’ 교육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최동현 강사는 “기존의 미디어 제작 교육도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변화한 환경에 맞는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강사는 “유튜버가 꿈인 사람들에게는 제작 강의가 필요하겠지만, 유튜브를 이용하고 시청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하는 강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교육 지도안을 만들면서 초점을 맞춘 건 ‘구조적인 접근’이다. 김원 작가는 “동영상 개미지옥에서 어떻게 스스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이 끊임없이 우리가 소비하도록 유도해 빠져드는데 그 의도를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효진 담당은 유튜브 공간이 ‘깊다’고 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카테고리가 펼쳐져 있다. 반면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메뉴가 많지 않고 자동추천 기반으로 작동해 깊은 이면에 숨겨진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 팀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 팀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근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목적에 맞게 검색하고, 자주적으로 검색 내용을 여과하고, 검색 결과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고민한 대목은 ‘보호주의적 관점’을 지양하는 것이다. “우리도 어릴 때 청개구리였다. 어른이 통제하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강한아 작가의 지적이다. 김원 작가가 이어서 설명했다. “사실 애들에게 보지 말라고 하면 정말 안 보나? 그렇지 않다. 부모 스스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 준 측면도 있다. 스스로 깨닫게 하고 개별 콘텐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배효진 담당은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에 보호주의적 교육은 의미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해한 콘텐츠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유튜버의 콘텐츠는 항상 비도덕적인 게 아니라 일부 표현과 내용이 문제가 있다. 그러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교육도 유튜브 리터러시의 일부다. 배효진 담당은 “데이터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개인의 검색기록과 영상시청기록을 알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강사는 “큰 고민 없이 영상을 올렸는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삭제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용자’ 교육을 넘어 ‘생산자’로서 개인정보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라밸’팀은 또 다른 미디어 교육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강한아 작가는 “앞으로는 구조 말고도 다른 방향으로 유튜브 읽기 수업을 진행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지금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짰지만, 전 세대에 맞는 미디어 교육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배효진 담당은 “우리가 유튜브 리터러시의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접근도 가능하다’는 하나의 예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들이 고민한 결과물은 올해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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