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과제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 주감초
③-1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경희여중
③-2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구산중
유튜브 리터러시 어떻게 할 것인가
⑤ 유튜브 리터러시 교·강사 인터뷰
⑥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기업의 역할
⑦ 언론과 미디어 리터러시
⑧ 시민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⑨ 노인과 디지털 리터러시
⑩ 한국 미디어 교육의 과제

“다들 온갖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교육을 제시하잖아요. ‘나는 교사인데, 그러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에서 황고운 강선초등학교 교사를 만났다. 그는 동료 교사들과 의기투합해 ‘아웃박스’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아웃박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는 의미의 ‘think outside of the box’에서 따왔다. 처음에는 책 읽는 모임이었지만 새로운 교육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그들이 주목한 교육이슈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젠더’였다.

‘아웃박스’의 교육은 젠더 교육이면서 미디어 교육이다. 황 교사는 두개의 교육주제가 별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젠더 교육은 인성 교육이고,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면서 동시에 민주시민교육이자 미디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기에 연관 짓는 교육을 하게 됐다.”

▲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버 이름을 칠판에 썼다. 사진=아웃박스 블로그.
▲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버 이름을 칠판에 썼다. 사진=아웃박스 블로그.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미디어는 단연 유튜브다. 지난해 5학년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물었더니 하루 3시간씩 쓰는 아이들이 3분의 1에 달했다. 부모가 통제하는 경우는 저녁에 한 시간, 또는 주말에만 썼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체로 2시간씩 썼다.

황 교사는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 대부분 유튜브를 본다. 그 안에서 인형 영상, 게임 영상, 영화 영상을 취향에 맞게 골라 본다. 액체괴물 리뷰 등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아이들도 몇명 있다”고 했다. 유튜버들이 쓰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혐오표현은 아이들의 용어가 되고 있다.

유튜브와 젠더 교육을 결합한 대표적인 수업은 지난해 5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 차별, 욕설, 폭력 없는 유쾌한 유튜브 방송 만들기’다. “너희가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왜 그럴까”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나쁜 걸’ 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 나쁜 걸 걸러낼 줄 안다는 걸 보여주자”고 제안하며 수업이 시작됐다.

인기 있는 유튜버인 철구, 허팝, 이사배, 보겸, 제이플라, 밴쯔 등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직접 장단점을 설명하게 했다. “이 사람은 재밌는데 욕을 해요” “실험을 하는데 위험할 수 있어요” 같은 답이 나온다. 그 다음 좋은 유튜브 방송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게 한다. 아이들이 정한 기준은 ‘욕설, 성적 농담, 차별, 혐오 없는 방송’ ‘인권을 존중하는 방송’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 ‘예의 있는 방송’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방송’ 등이다. 이후엔 좋아하는 장르에 공통분모가 있는 아이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방송을 만드는 실습을 한다.

그는 유튜브 못지않게 아이들이 자주 쓰는 메신저 이모티콘을 비판적으로 보는 교육도 했다. 카카오톡 기본 이모티콘인 ‘오피스 라이프’를 보면 여성 캐릭터는 시종일관 사치스럽고 남성 캐릭터는 업무에 열중한다.

“처음에는 카톡 대화창을 보여줬다. 가상의 친구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모티콘을 ‘힌트’로 제공하면 아이들이 문제점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대로 이 이모티콘이 마음에 안 들고 남자애들은 일만 하기 싫어 마음에 안 들어 한다. ‘그러면 차별 없는 이모티콘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며 실습을 했다.”

2학년을 담당하는 ‘아웃박스’의 다른 교사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상어가족’ 노래를 들려준 다음 문제점을 고민하게 했다. 남성과 여성의 색이 정해져 있고, 남성이 먼저 나오고, 엄마는 어여쁘고 아빠는 힘이 강하고, 노래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기준과 다른 가족이 있을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이어 다양한 관점으로 노래를 비판적으로 보고 가사를 바꿔서 직접 지어 부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저학년의 경우 다양한 어휘를 모르기에 예시를 써주는 게 중요하다.

▲ 유튜브처럼 라이브 방송을 직접 제작하는 학생들. 사진=황고운 교사 제공.
▲ 유튜브처럼 라이브 방송을 직접 제작하는 학생들. 사진=황고운 교사 제공.

모든 교육에서 판단은 아이들이 한다. 황 교사는 “아이들은 액션 없이 습득만 하게 해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 해봐야 반응도 좋다. 어쩌면 교육 자체가 우리 스스로 답을 내놓고 세팅하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도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 교육 이후 황 교사는 변화를 체감했다. 가장 큰 변화는 ‘혐오표현’을 멈추게 한 것이다. ‘너 게이냐’라고 놀리는 말을 하던 아이가 교육 후에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우리가 시키면 꼰대 질이다. 교육을 하고 고민을 한 다음에는 아이들끼리 서로 감시하면서 눈치를 보게 해 그런 표현을 못하게 한다. 아이들에겐 또래의 시선이 중요하다. 속으론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건 엄연히 다르다.”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황 교사는 “조언할 위치가 아닌 것 같다”고 전제하며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고 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가 빠르게 변한다. 교사가 느릴 수밖에 없다. 깔끔하게 오픈하고 ‘선생님은 잘 몰라. 그래서 너희와 같이 알아보고 싶고 너희의 생각이 궁금해’라고 밝혀도 된다. 그 후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