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는 노동조합 간부 5인에게 해고 및 정직의 중징계를 내렸다. 중징계 당한 노동자는 모두 작년 포스코에서 최초로 결성된 민주노조(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지회장과 간부들이다.

박정희 개발독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제철보국’이라는 기업이념이 보여주듯, 포스코는 삼성 같은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과거 노동운동이 부상하던 시기엔 안기부까지 개입해 정부 차원에서 포스코 민주노조 설립을 탄압했다. 민주노조 열망에 힘입어 반세기만에 포스코 원청에 금속노조가 세워지면서 ‘무노조 경영’ 방침에 큰 균열을 내기 전까지,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은 사실상 전무했다. 대신 ‘노경협의회’라는 조직이 회사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왔고,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설립된 기업노조는 서류로만 남아 있었다.

지난해 7월 금속노조 결성이 가시화하면서 ‘무노조 경영’이 위기에 처하자 이를 우려한 포스코는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려고 조직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다.

최근 포스코가 행한 부당노동행위는 노무협력실이 작성한 ‘금속노조 무력화 및 기업노조 지원 시나리오’에 따라 이루어졌다. 포스코는 금속노조가 ‘회사경쟁력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노사공멸’에 이를 수 있다면서 ‘강성노조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금속노조를 비방하고 기업노조를 지원하는 논리를 개발, 유포했다. 포스코는 직책보임자들에게 금속노조 무력화 실행을 위한 ‘노무관리 임무’를 부여하고, 그 임무 실행을 지원하고자 이들의 월 급여를 수십만원씩 인상하고 36억원의 ‘부서별 그룹활동비’를 편성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직책보임자들은 하위 직책자 회의를 소집해 ‘직원 성향 파악 및 개별 직원 노무케어 방안’에 따라 직원들을 ‘회사 우호그룹(O)’, ‘불만/가입의사 그룹(△)’, ‘M[민주노총]가입 의심/확인 그룹(X)’으로 분류하고 금속노조 가입자는 ‘밀착 케어’해 탈퇴를 종용했다. 금속노조 가입자에게 개별면담과 직원 ‘케어’를 위한 회식이 전례 없이 빈번히 이루어졌고, 새로 편성된 그룹활동비가 회식비에 사용됐다.

▲ 광양제철소 공장장 OOO이 하급 관리자들에게 발송한 ‘직원 성향 파악 및 개별 직원 노무케어 방안’ 이메일 내용 일부
▲ 광양제철소 공장장 OOO이 하급 관리자들에게 발송한 ‘직원 성향 파악 및 개별 직원 노무케어 방안’ 이메일 내용 일부
한편 포스코는 기업노조를 과반수노조로 만들어 금속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박탈하려는 의도로 기업노조 조직 확대를 지원했다. 허위로 연장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기업노조 조합비를 회삿돈으로 대납한 정황이 여럿 발견됐다. 포스코는 노조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상위 직급 관리자들이 기업노조에 가입하도록 허용하고 기업노조 조합원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기업노조와 두 차례나 단체협약 변경에 합의했다. 기업노조 규약은 단체협약의 내용으로써 조합원 가입범위를 정하도록 해 사용자의 개입을 열어두고 있는데, 과거에는 포스코가 이를 이용해 기업노조의 조직 확대 가능성을 차단했다면, 이번에는 기업노조 조합원 가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단협을 변경한 것이다. 이는 금속노조 약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포스코는 금속노조 무력화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데서 직책보임자들을 대거 동원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은 금속노조에 가입한 파트장급 이상 직책자는 거의 전무한 반면 기업노조에는 파트장 직급자만도 무려 900명 이상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노조법 제81조 제4호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아 이를 금지하고 있다(동법 제90조). 금속노조 무력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그 실행행위로서 금속노조 가입을 방해하고 탈퇴를 종용한 것, 금속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특정 노조를 지원한 것 모두 사용자가 노조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해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앞서 살펴본 부당노동행위는 관리자들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포스코 차원의 조직적 방침에 따라 이루어진 걸로 보인다. 앞서 확인한 부당노동행위들이 모두 금속노조 출범을 알린 직후 한 달 사이에 집중 발생한 걸 종합하면 그러하다. 포스코지회 핵심간부 5인에게 해고 등 중징계한 것 또한 표면적 징계사유와 달리 이들이 ‘노조 가입 및 조직’ 활동을 했음을 실질적 이유로 삼아 포스코가 행한 보복적 조치로서 노조법 제81조 제5호가 금지하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는 현재진행형이다. 직책보임자들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대의원 선거에 출마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거라 협박하거나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다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펴면서 조합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 부서에서는 금속노조 조합원 전체가 탈퇴하는 등 단결권 침해가 심각하다. 현행 복수노조제도 하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소수노조의 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행사가 크게 제약되는 문제점이 있어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금속노조가 쟁의권 행사 등을 통해 포스코의 노조탄압행위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 까닭이다.

▲ 이상권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 이상권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한편 포스코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에 바탕한 책임 경영을 위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도록 유엔글로벌콤팩트,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ISO26000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속가능경영 기준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국제표준은 노동자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사용자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 기준을 따르겠다고 공언한 만큼 포스코는 개발독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노동권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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