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글에 거친 표현을 들어 막말을 했고, 이념성향이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김연철 후보자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들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유력 정치인들을 거칠게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 5주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자격으로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정치하는 분들이 좀 진지해졌으면 좋겠다.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고 썼다. 김 후보자는 “제발 야당이 포지션 전략이라는 허깨비에서 벗어나 국방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알고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이 당신들 생각만큼 그렇게 우습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조선일보가 13일자 6면 머리기사에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연철 후보자는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 대통령과 당내 갈등을 겪자 “새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도 썼다. 조선일보는 김 후보자가 2016년 12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무리 감추려 해도 정신병에 가까운 강박증, 평균 이하인 지적 수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자폐증 등을 눈치 챈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고 썼다. 김 후보자는 2016년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으로, 추미애 대표는 ‘감염된 좀비’라고 비유하는 글도 썼다. 

한국일보도 13일자 4면 기사에서 “김 후보자가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해온 것과 맞물리면서, 고위 공직자 자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13일자 14면 머리기사에서 같은 내용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장관이 된다고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편협한 시각이나 저급한 정서가 바뀌겠는가. 나아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누가 곧이곧대로 듣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13일 논평에서 “자신의 SNS에 아무 말 대잔치나 벌이고 있는데도, 김 후보자의 통일관과 과거 막말이 논란이 될 것을 몰랐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라며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인사청문 과정에서 자질이 없음을 명명백백히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막말’ 비판이 빗발치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 문을 닫았다.

김 후보자는 지난 12일 기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에 관한 정치비평에서 일부 정제되지 않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과드린다. 앞으로 언행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언행이 정제돼 있지 못하고 거친 표현이 들어있다는 점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청문회라는 인사검증을 거쳐야 하는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그가 쓴 글에 담긴 내용 모두를 막말이라 볼지는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천안함 5주기 때 군복을 입은 게 ‘군심’을 얻으려는 정치쇼라고 비판하는 게 잘못됐다고 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그해 3월25일 해병대 제2사단 상장대대를 방문해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김영록 당시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몰래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시 북한 어뢰 공격이라는 정부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국정조사와 특위 재가동까지 요구했다. 그러다 2012년 대선 때부터 입장변화가 생기면서 문 대통령이 ‘폭침’이라고 밝히기 시작했다. 여전히 의혹이 남은 사건인데도 당시 제1야당 대표가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연철 후보자의 페북은 그런 지적의 하나일 수 있다.

김 후보자가 2015년 출간된 한 대담집에선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해제할 때도 반드시 천안함 사건과 연계해야 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안 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어떻게 사과를 받느냐”고 주장한 점도 언론에 거론된다. 대화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가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일은 당연하다. 이런 견해를 내는 것조차 차단하고 백안시하는 것이야말로 경직된 색깔론이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학자의 비판적 발언을 정치인이 현실정치의 잣대로 시비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직업적 특성상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제1야당 원내대표의 지위를 가진 나경원 의원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삼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 한반도 상황이 개선되면 유엔사의 존재와 관련된 법적 지위가 변한다는 것은 대학교 1학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천안함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진실에 입각한 객관성을 추구하고자 한 발언도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자에게 쇼를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도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부적절한 발언까지 아니고 학자 소신상 그런 얘기할 수 있지만 통일부 장관이 되면 개인 소신보다 전체 국가를 생각하면서 업무처리를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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