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영국대사관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조나단 먼로(Jonathan Munro) BBC 뉴스 취재 및 보도 총괄본부장이 소셜미디어 시대의 미디어를 이야기하며 ‘시민기자’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그가 시민기자에 부정적 인식을 보인 이유는 기자가 현장을 그저 보이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사실 확인과 분석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맥락에 있다.

그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기사를 올릴 수 있는 시대에 사실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민과 기자는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세미나에 참석한 다른 패널은 조나단 먼로 본부장에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먼로 본부장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 ‘디지털시대 저널리즘의 미래’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한 영국대사관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조나단 먼로(Jonathan Munro) BBC 뉴스 취재 및 보도 총괄본부장,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정제혁 KBS 국제협력부장,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박사. 사진=정민경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한 영국대사관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조나단 먼로(Jonathan Munro) BBC 뉴스 취재 및 보도 총괄본부장,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정제혁 KBS 국제협력부장,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박사. 사진=정민경 기자.
그는 “모두가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기기를 가지고 있는 현 사회에서 ‘시민 기자’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라며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는 사람은 시민일 수 있지만 그들은 기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먼로 본부장은 “기자들은 그들에게 자료를 받고 확인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 시민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시민 ‘기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먼로 본부장은 “시민기자들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를 준다”며 “그들은 사건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시민기자들의 보도 내용이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 이 현상에 잘못된 것은 없지만 이 모든 것이 그들을 기자로 만들어주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BBC의 ‘Africa Eye’(아프리카의 눈) 프로그램에서 한 시민이 보낸 비디오를 어떻게 저널리즘으로 만들었는지 예를 들어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카메룬 육군이 여성 두 명과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현장 비디오를 분석해 어떤 장소에서 언제 살해가 이뤄진 것인지 보여줘 ‘현장 비디오’를 ‘저널리즘’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BBC의 ‘Africa Eye’(아프리카의 눈) 프로그램에서는 현장 비디오에 나오는 인물의 그림자, 건물 모양 등을 조사해 살해가 일어난 장소와 시간 등을 분석했다.
▲ BBC의 ‘Africa Eye’(아프리카의 눈) 프로그램의 'Anatomy of a killing' 에피소드. 현장 비디오에 나오는 인물의 그림자, 건물 모양 등을 조사해 살해가 일어난 장소와 시간 등을 분석했다.
먼로 본부장은 “산업으로서 우리는 높은 수준의 저널리즘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과 보도하는 내용이 사실이며 정확하고 공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박도 제기됐다.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먼로 본부장 주장에 “지금은 누가 기자인지 답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은 “먼로 본부장의 주장은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는 가지만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 기자란 누구인지 갈수록 답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예전에는 신문사와 방송사에 취직해 프레스 카드가 있는 사람이 기자였는데 지금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처럼 ‘시민 저널리즘’을 내세운 언론도 번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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