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이다. 피고인 전두환(88)이 5·18 민주화운동 이후 광주 법정에 섰다. 전씨는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17년 4월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은 거짓”이라며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가족들로부터 고소당했다.

광주 시민들은 광주지방법원 앞에 아침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그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지나간 일이니까 용서하겠다”는 시민의 목소리도 있었다. 

▲ 11일자 SBS 뉴스8 보도화면 갈무리.
▲ 11일자 SBS 뉴스8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전두환은 사과하지 않았다. 한 취재진이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묻자 “이거 왜 이래?”라고 신경질을 냈다. “광주시민에 사과할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는 인상을 찌푸리며 함구무언했다.

언론은 11일 일제히 이 사건에 집중했다. 눈에 띄는 점은 법원 일대에 있던 광주 시민들을 보는 언론의 시각이었다. 광주 법원 일대에 있던 시민들의 모습을 하나의 리포트를 할애해 보도한 방송은 TV조선과 채널A, MBN, JTBC, SBS 등이었다. TV조선은 항의하는 현장 그 자체만 보도했고 다른 언론들은 광주시민들의 항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맥락을 짚어줬다.

TV조선은 광주 시민들의 ‘몸싸움’을 부각해 보도했다. TV조선은 “등장할 때마다 차량 주변 고성·몸싸움”이라는 제목으로 “광주 법원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항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종일 어수선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마치고 나올 때는 질서유지선이 무너지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취재진과 항의하는 시민들이 한 데 엉켜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시민들은 도로에 드러누워 전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썼다.

▲ 11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 11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찰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리저리 떠밀리다 겨우 차에 올라탔다. 승용차는 곧 출발하는 것 같더니 얼마 가지 못해 멈췄다. 법원 정문까지 200m를 가는데 20분이 넘게 걸렸다”고 묘사했다.

다른 언론들은 처음엔 차분했던 광주시민들이 전씨의 사과가 없자 울분을 터뜨렸다는 맥락을 짚었다. JTBC는 “‘냉정’ 지키려던 광주 시민들…‘왜 이래’ 짜증에”라는 제목으로 “불출석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서로를 다그쳐가며 화를 삭이던 광주시민들은 결국 분노했다”고 썼다.

앵커가 “전씨가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광주 시민들은 차분하고 성숙한 대응을 강조했다면서요?”라고 묻자 기자가 “출석 소감을 들으려는 취재진의 반응보다도 오히려 시민들의 반응이 더 차분했다. 거세게 항의하면 전씨가 앞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서로 다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과 한마디 없는 보습에 격분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MBN도 “혹시나 했는데 억장 무너진 광주”라는 제목으로 “전두환씨가 법정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광주시민들은 침착했다. 하지만 재판 종료와 함께 울분이 터지고 말았다. 혐의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이다”고 썼다. 채널A도 “초등생들도 ‘전두환 사죄하라’”라는 제목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출석에 처음엔 차분했던 광주시민들은 결국 감정이 격해졌다”고 보도했다.

SBS는 “‘어떻게 사과 한 마디 없다니’…분노 삼킨 광주”라는 제목으로 “끝내 사과 한마디 없이 전씨의 차량이 법원을 떠나자 일부 유가족들은 울분을 토하며 거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 11일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 11일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KBS는 “[인터뷰] 전 ‘헬기 사격’ 조사관”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총 5개월 동안 주로 헬기 조종사와 군 기록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헬기 사격 여부를 조사한 김희송 전남대학교 5·18 연구교수를 KBS 광주총국에서 이원 생중계했다.

김희송 교수는 “목격자의 진술이나 헬기 조종사들의 증언을 통해서 헬기 사격 여부를 확인한 게 아니라 군이 직접 작성했던 군 기록물을 통해서 1980년 5월20일 이전에 이미 광주에 무장헬기가 파견되어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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