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브루나이 순방 중에 돌연 손학규 대표와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이를 맡아줄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라고까지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서면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브루나이 현지에서 김수현 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받고, 손학규 대표와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청와대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 기구를 이끌어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새로 만들어질 범 국가적 기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 잇달아 미세먼지 대책 범국민 기구 구성과 반기문 총장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만들자.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한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고,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 등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반 전 총장을 두고 “오래전부터 글로벌한 환경문제 식견을 가진 분으로 정평이 났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지지하고 진보·보수를 떠나 전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분이란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당연히 이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거듭 천거했다.

▲ 손학규 바른미대당 대표가 지난 7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바른미래당
▲ 손학규 바른미대당 대표가 지난 7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도 이날 논평을 내어 앞으로도 미세먼지 해결에 발벗고 나서고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손 대표의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 구성 제안을 소개했다. 바른미래당은 정부에게 이번 제안을 겸허히 수용하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민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손학규 대표가 반기문 전 총장을 당내에 영입하기 위한 러브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준범 MBC 기자는 온라인 기사에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던 손학규 대표는 반 전 총장과의 ‘빅텐트론’을 주장했던 적이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손 대표의 거듭되는 ‘반기문’ 외치기를 그냥 넘기긴 찜찜한 이유”라고 썼다.

이 때문에 손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을 받은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도 바른미래당과도 연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서는 여야나 정파 구분없이 해결해나가자는 명분도 세우고, 같은 민주당에 있었던 손학규 대표와 자연스런 협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017년 2월1일 바른미래당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반기문 블로그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017년 2월1일 바른미래당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반기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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