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지난해 12월11일 숨진 지 3개월이 지났다. 어머니 김미숙씨가 용균씨의 영결식을 치르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지 한 달이 지났다.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초 정부‧여당이 합의한 재발방지 대책 진행 상황을 밝혔다. 대책위는 “잘 되고 있다는 내용의 간담회를 하고 싶은데, 늘 안 되는 것을 폭로하는 형태로 하게 된다”며 “발전 현장은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원회 발족은 법제처가 합의안에 이견을 내놔 미뤄지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논의는 발전 5사가 합의안에 따르지 않아 시작도 못했다.

▲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가 12일 '고 김용균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가 12일 '고 김용균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책위는 발전5사가 지난달 초 ‘즉시 이행’에 합의한 부분도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박준선 대책위 상황실장은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협의체를 ‘즉시’ 구성키로 했다. 그런데 발전5사는 용균씨 장례를 치르기 전 일방으로 회의체를 만들더니, 당정 합의에 따라 근로자대표를 다시 정하라는 요구에 답하지 않아 논의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았다. 법제처가 대책위와 국무조정실이 함께 내놓은 합의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진상규명위에서 대책위 쪽 간사로 추천받은 권영국 변호사는 “법제처는 논의 범위를 좁히려하고, 대책위는 좁히지 말라는 입장으로 이견을 보인다”고 했다. 

대책위-국무조정실 합의안은 △노동관계 분야도 논의 △석탄 외 화력발전소도 포함 △유족 참여 보장 등을 담고 있다.  법제처는 △보험법상 산업안전으로 논의 한정 △석탄화력발전소 한정 △유족 참여는 ‘허가’ 전제 등으로 표현을 바꾸자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지난 4일 또다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 끼임사고를 두고도 ‘언론 보도와 현장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준선 실장은 “언론은 ‘2인1조로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해 뭔가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2인1조는 사람이 끼이면 동료가 꺼내주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작업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업환경과 인력 충원 면에서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준석 한국발전기술 태안지회장은 “용역업체들이 인력 충원 계획을 세웠지만, 신입 응시자들도 현장 방문을 하면 반나절 만에 도망 간다”고 말했다.

▲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에서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시민대책위원회가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에서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시민대책위원회가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진상조사위는 어떻게 꾸려졌고 왜 진행이 빨리 안 되는지 궁금하다. 정규직 전환도 정부와 서부발전이 어서 역할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숙씨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현재 비정규노동자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이 제 곁에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깜깜하고, 멍한 느낌으로 다른 생각 못하고 그렇게 지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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