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350원이 적용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모든 노동자가 임금상승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찾는 이들의 대다수는 최저임금선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노동자인데, 연말이 되면 다음 해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해고될 까 전전긍긍하고, 연초가 되면 남들 다 오른 임금 나만 안 올랐다며 답답해한다.

흔히 취약계층 노동자라 통칭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장시간·저임금의 고령자라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휴게시간이 참 길다는 점이다. 하루 24시간 경비초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비노동자부터 요양원 한켠에서 쪽잠을 자다가도 벨이 울리면 바로 어르신께 달려가야 하는 돌봄노동자와 미화노동자까지, 사업주는 근로계약서에 쉼 없이 긴 휴게시간을 명시한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이용자의 건강과 위생, 안전에 깊숙하게 관여하기 때문에 쉼 있는 휴게시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노동자가 불이 나거나 이용자가 위급한데 휴게시간이라고 이를 방치할 수 있을까.

장시간 휴게시간이 이렇듯 공공연히 운영되는 원인은 휴게시간이 무급이라는 점과 우리나라 노동법이 근로시간 4시간에 30분 이상, 8시간에 1시간 이상으로 휴게시간의 최소 기준만을 정하고 있을 뿐 상한을 규정하지 않는데 있다. 가령 업무강도가 높지 않지만 12시간은 사업장에 머물러야 하는 업무에 두 명을 6시간씩 배정하는 것보다 한 명의 노동시간 중간 중간 휴게를 배치하면 휴게시간을 법 기준 이상 부여했으니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면서 인건비는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반면 노동자는 장시간 사업장에 머물면서도 휴게시간을 뺀 시간만큼만 임금을 받는다. 그렇다고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이나 대기시간과 명확하게 구분되어지는가 하면 그 또한 애매하다. 본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대법 2013다28926). 그러나 다음 노동을 위해 심신을 회복시킨다는 목적의 한계 때문에 노동자는 온전한 자유를 누리기 힘들다.

역설적으로 휴게시간은 사용자에게 보다 나은 노동력을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자유는 일정부분 구속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근로계약서에 따라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과 구분되는데, 정해진 휴게시간 동안 노동자는 사업장 혹은 인근에서 머물다 필요에 따라 업무에 대응 의무가 부여되기도 한다. 물론 휴게시간 중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휴게실의 유무, 실질적 휴식이 방해되었다는 사정 등이 있다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판례도 있다. 다만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으로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해당 시간의 노동을 노동자가 모두 입증해야 하고, 송곳 끝 같이 좁은 대법원 판단 지표에 부합해야 한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가는 길은 너무 멀고, 권리 포기의 길은 너무 간단하고 쉽게 느껴진다. 휴게시간 중 수행한 노동조차 인정받기 어려운데 실제 노동을 제공하지 않지만 또한 자유로울 수도 없는 휴게시간에 대한 보상을 논하는 건 더욱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면 우리 노동법 상의 근로시간, 휴게시간 개념 뿐 아니라 호출대기나 근로대기, 대기근로와 같은 다양한 개념을 법제화하고 해당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노사협의를 통해 보상을 자유롭게 결정한다. 또는 당직, 숙직 개념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거나 하루 근로시간 대비 휴게시간 총량의 제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휴게시간이 노동자를 원치 않게 사업장에 묶어두고 당초 취지와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억제하며 남용되어 왔다면 이제 그만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 서재란 서울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
▲ 서재란 서울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
올해 초 센터를 찾은 70대 미화노동자에게도 임금인상 대신 정체불명의 휴게시간이 생겼다.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휴게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사용자의 설명에 최저임금 10% 인상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뿐이다. 현재 법제도에서 우리는 이 문제에 답을 내올 수 없었다. 쉼: 없는 휴게시간이 주어진 힘없는 노동자의 억울함이 해결 될 수 있도록 조속한 법개정 및 정책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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