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상 하단에 사전에 나온 정의를 함께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짜뉴스 논란에 따른 대응인데 드라마 제5공화국에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일부 영상에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유튜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와 관련 영상 하단에 “조속한 민주 정부 수립,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위키백과 내용을 유튜브에 띄운 것이다.

지난해 3월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는 음모론 등을 다룬 영상에 위키백과 등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의 판단을 돕겠다는 취지다.

유튜브는 이 기능을 지난해 12월 국내에 도입했고 대상 키워드를 확대해오고 있다. 확인 결과 12일 기준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아폴로 계획 등 키워드에 적용돼 있다. 구글코리아는 적용한 키워드 내용 및 키워드별 적용 시점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관련 기능이 도입된 두 번째 국가다. 지난해 가짜뉴스 규제 논란이 불거지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한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전 정보 제공 뿐 아니라 유튜브의 콘텐츠 배열 알고리즘 조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5·18 북한군 침투’를 검색하면 MBC, JTBC, MBN, 광주MBC, KBS광주를 비롯한 방송사의 뉴스 영상 20여건이 뜨고 이어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뉴스타운TV의 영상이 배열되고 있다. 앞서 유튜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우선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한다고 밝혔는데 국내에도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 '제5공화국'에는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만 정작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영상 가운데 일부에는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 '제5공화국'에는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만 정작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영상 가운데 일부에는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이 필요한 영상에 관련 정보가 붙지 않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영상 가운데 신군부의 탄압과 민주화운동 전개 과정을 담아낸 드라마 제5공화국 영상은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뉴스타운TV의 북한군 침투설 영상 일부에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검색 결과에서도 정작 필요한 키워드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5·18 민주화운동’ 키워드로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띄우고 있지만 허위정보를 믿는 이들이 주로 검색할 수 있는 ‘5·18 북한군 침투’ 등 키워드에는 사전 정보가 뜨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의 경우 ‘아폴로 계획’으로 검색할 때와 음모론인 ‘달 착륙 조작’으로 검색할 때 모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5·18  민주화운동' 키워드 검색시 검색 결과에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만 '북한군 침투' 등의 검색시에는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아폴로 계획'의 경우 '달 착륙 조작'이라는 음모론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사전 정보가 제공된다.
▲ '5·18 민주화운동' 키워드 검색시 검색 결과에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만 '북한군 침투' 등의 검색시에는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아폴로 계획'의 경우 '달 착륙 조작'이라는 음모론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사전 정보가 제공된다.

특정 영상의 경우 사전 정보가 떴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상로 자유한국당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출연해 5·18 북한군 개입 유튜브 영상 심의를 비판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옹호하는 뉴스타운TV의 영상 하단에는 10일까지는 사전 정보를 제공했지만 이후부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적용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판단하는 정보의 신뢰도 판단 역시 허점이 있을 가능성을 드러낸다.

미디어오늘은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기준과 특정 영상의 경우 사전 정보 제공이 이뤄졌다 중단된 이유를 구글코리아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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