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일자리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을 언급했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더불어 구조조정을 비롯한 인력운용 유연성을 높이는 등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여당 인식이 오히려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보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장 양극화는 대통령과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 뿐”이라며 “그동안 노동계는 ‘해고는 살인’이라며 유연성 확대를 거부하고 경제계는 안정성을 강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했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에서 상생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유연안정성’ 모델에 대해 “덴마크는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허용한다. 근속연수가 길다고 해서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신 직장을 잃어도 종전 소득의 70%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최대 2년간 제공하고 전직 훈련 등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사회안전망 강화 및 노동유연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9조원인 실업급여를 26조원 정도로 확대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을 최소한 2030년까지 완성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추진하자”고 제안한 뒤 “업무량 증감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변동이나 5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인력 구조조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노조의 양보’도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 내지 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며 “SK하이닉스는 협력사와 임금을 공유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도입했다. 이는 직원들이 임금인상분의 일정액을 내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추가하여 협력사와 하청업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대기업과 공공부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금체계 단순화 및 공공부문 임금공시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이 노동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사회적대타협에 대한 진정성 또한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홍영표 원내대표는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정부·여당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예산정국에서 확대된 복지는 초과세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기업 과세, 소득세와 보유세 증세에 소극적인 모습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계획이 부실하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대 대변인은 “사회적대타협 기구인 경사노위에서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최근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는 시행도 해보지 않은 제도를 사용자측의 의견만을 듣고 강행했다. 정부여당의 사회안전망과 사회적대타협의 의지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 유연안정성은 결국 불안한 노동만을 결과로 얻게 될 것이다.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확장재정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계획이 있어야 유연안정성 모델을 따라갈 수 있다”며 “경사노위에서 정부가 신뢰 받는 역할을 할 때 사회적 대타협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도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현 구조를 개혁하는 방안이어야 한다”며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엉뚱하게도 사회적 대타협으로 오히려 노동유연성을 확대하자고 한다. 거기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으니 비정규직 문제를 대하는 홍 원내대표의 인식에 말문이 막힌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사회 양극화는 소득 불평등과 함께 자신 불평등도 원인이다.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 불평등 해소 대책은 아예 빠졌다”며 “우리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도 사회 양극화에 대한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인식이 대다수 노동자 서민들의 처지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영표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로 △공수처법 △국정원법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도 개혁 등을 꼽았다. 김 대변인은 이 같은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당장 오늘부터라도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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