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업체인 오션 인피니티와 계약서를 비공개키로 결정했다. 수색업체가 현장 도착 사흘 만에 선체와 블랙박스를 찾았고, 실종 선원으로 추정되는 사람 뼈와 방수복도 발견했지만 수색선은 계약에 유해 수습 내용이 없다며 블랙박스만 건져 9일 만에 철수했다. 계약 단계부터 외교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4, 25일 수색업체와 계약서, 수색업체와 이면계약이 있었는지, 스텔라데이지호 유해 발굴 가능성을 검토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관련 회의자료, 수색선에 해양수산부 산하 연구원들이 탔는데 이들과 맺은 계약서 일체 등을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자 외교부는 지난 8일 명확한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비공개키로 했다. 외교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은 공공기관이 청구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귀하가 청구한 문서는 이 중 제9조 제1항 제5호(입찰계약)에 해당되는데 이에 따라 청구한 문서는 동 법률의 규정에 의거해 비공개함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 스텔라데이지호에서 회수된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블랙박스) 사진=외교부, 노컷뉴스
▲ 스텔라데이지호에서 회수된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블랙박스) 사진=외교부, 노컷뉴스

의지 없는 정부, 계약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외교부는 그간 실종선원이나 시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왔다. 심해수색을 위해 입찰공고를 낸 뒤 지난해 10월 수색업체 오션 인피니티가 재입찰에 성공했다. 하지만 계약은 2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12월에서야 이루어졌다. 과연 두 달 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기간 동안 유해수습에 대비는 없었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외교부가 부정확한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사고 초기 정부의 공식입장은 세계 어디에도 심해 3000m에서 수색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처음 닥친 상황에 실종선원 가족들이나 시민들도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영미 시사IN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의 취재결과 지난 2009년 5월31일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사고 당시 프랑스 정부는 로봇 잠수정을 투입해 2011년 7월 심해 3900m 지점에서 블랙박스를 찾았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남대서양 심해 3000m 지점도 과학적으로 수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보도 이후 실종선원 가족들이 심해수색을 요구했고, 정부는 ‘국내에서 심해수색을 한 전례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바꿨다. 여전히 심해수색이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가족들의 오랜 요구 끝에 지난해 8월 국무회의에서 심해수색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외교부가 작성한 과업지시서를 보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경우에’ 블랙박스를 수거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이자 이제라도 계약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까닭이다.

외교부는 앞서 실종선원 가족들이 계약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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