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이다. 유튜브가 무서워? 5·18 때 북한군 침투했어. 사실인데 왜 심의해?”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수십명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건물 앞과 회의실, 엘리베이터 앞, 로비 등에서 한 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위원장 전광삼,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8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지만원TV와 뉴스타운TV 등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유튜브 영상 30건이 ‘헌정질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견청취 후 접속차단(시정요구)을 결정했다.

▲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들.
▲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들.

앞서 뉴스타운은 지난 7일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위원에게 30건의 심의목록과 민원인 정보를 받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독자들에게 “8일, 오전 10시 이전에 방통심의위에 많은 분이 참석해 위원들에게 존재감을 표해 주길 바란다. 이상로 위원이 삭제 부당함을 위해 싸울거다. 신분증 지참하고 오면 누구나 방청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날 18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5·18 북한군 침투설을 옹호하는 시민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자리잡고 앉아 “언론탄압”을 외치며 유튜브 생방송을 했다.

정부·여당추천 위원들은 과거 법원과 국방부가 5·18 북한군 침투설을 두고 허위사실이라고 밝힌 적이 있고 역사 왜곡이라며 30건 모두 의견청취 후 ‘접속차단’을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소위원장도 차단 결정에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북한군 침투설을 이야기한 25건은 접속차단 의견이다. 나머지는 일부분이 왜곡된 것 같아 문제없음 의견”이라고 밝혔다.

같은 한국당 추천 위원끼리도 의견이 갈렸다.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북한군 침투설 주장은 ‘표현의 자유’라며 ‘접속차단’은 반대하고 의견청취만 하겠다고 했다.

이상로 위원은 통신소위가 시작되자 작심한 듯 첫 발언을 했다. 이상로 위원은 방통심의위 사무처에 “5.18에 광주에 북한군이 오지 않았다는 정부 공식 발표나 법원 판결이 있었냐”고 묻자 김재영 위원과 이소영 위원이 “사무처에서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답했다. 이상로 위원은 “심위위원들은 가만히 계셔라”고 맞받아쳤다.

김재영 위원은 “북한이 개입됐거나 침투됐다면 어떻게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고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겠냐”고 하자 이상로 위원은 “김재영 위원이 상식적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상식적인 수준에서 선량한 광주 시민이 국군을 공격한다든가, 교도소와 아시아자동차를 습격해 무기고를 탈출하는 행위를 했을 가능성은 없다. 선량한 광주 시민이 이런 행동을 한 게 상식이냐”고 김재영 위원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되물었다.

김 위원은 “이상로 위원님이나 저나 1980년 5월의 광주같은 상황에서 다른 세력도 아니고 국가 권력에 의해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이 위기에 부딪히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본다. 그게 상식이다”고 답했다. 이에 이상로 위원은 “제 상식으로는 선량한 광주 시민이 절대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부인사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질의한 이소영 위원은 “선량한 광주 시민이라면 시민군으로 참여해 총 들 일이 없다고 말씀하는 건가? 시민군으로 참여해서 총 들었던 사람들은 북한에서 파견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건가?”라고 말하자 이상로 위원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방통심의위원이 8일 유튜브 채널 뉴스타운TV에 출연해 독자들에게 5·18 북한군 침투설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통신소위 결과를 알렸다. 사진= 뉴스타운TV 화면 갈무리.
▲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방통심의위원이 8일 유튜브 채널 뉴스타운TV에 출연해 독자들에게 5·18 북한군 침투설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통신소위 결과를 알렸다. 사진= 뉴스타운TV 화면 갈무리.

이상로 위원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국가에서 5·18 진상규명특별법을 만들었다. 심의를 유보하고 완벽하게 확인된 뒤에 결정하자. 우리(방통심의위)가 조사 권한이 있냐. 왜 표현의 자유를 막냐. 제주 4·3, 약촌오거리 사건도 대법원 판결이 다 뒤집어졌다”고 했다.

정부·여당추천 심의위원 3인(허미숙·김재영·이소영)은 “의견청취 후 접속차단 하자”고 의견을 냈다. 반면 이상로 위원은 “대충 의견이 접속차단으로 모이는 것 같다. 저는 접속차단 전제가 아닌 의견청취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통신소위가 끝난 후 유튜브 채널 뉴스타운TV와 인터뷰했다. 이상로 위원은 “심의가 끝나자마자 뉴스타운 시청자들에게 심의내용을 보고 드린다. 먼저 썩 희망적인 보고를 드리지 못하게 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여러 변명 없이 다섯 명 중 저는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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