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유혈사태까지 낳은 부당노동행위로 논란을 일으킨 현대자동차 부품 협력사 유성기업(대표 류현석)이 최근 언론사 여러곳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넣었다. ‘2011년 이후 노조파괴 행위는 없었다’는 주장이 골자를 이룬 가운데 유성기업이 노사관계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2월 중 유성기업이 반론보도 게재 조정을 청구한 언론사는 최소 6곳이다. 경향신문(기사 4건), 굿모닝충청(4건), 매일노동뉴스(3건), 오마이뉴스(4건), 월간지 워커스(3건), 한겨레(2건)까지 확인됐다.

지난 8일 조정심리를 마친 매일노동뉴스와 오마이뉴스는 반론문 게재에 합의했고 경향신문은 4건 중 우선 1건에 한해 알림문으로 수위를 낮춘 유성기업 입장을 실었다. 한겨레는 언중위가 제시할 반론문 수정안을 확인한 후 결정할 계획이고 워커스는 조정 불성립됐다. 굿모닝충청은 아직 심리를 거치지 않았다.

▲ 2011년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인력들이 방패, 곤봉으로 무장한 모습(위)과 당시 상해를 입은 조합원. 사진=민중의소리
▲ 2011년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인력들이 방패, 곤봉으로 무장한 모습(위)과 당시 상해를 입은 조합원. 사진=민중의소리

유성기업은 외부필진 칼럼에도 반론을 신청했다. 지난해 12월3일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이 경향신문 ‘세상읽기’ 오피니언란에 쓴 “‘유성기업 노조 파괴 사건’ 눈감았던 언론들”이다. 전 편집장은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며 보수언론이 8년 동안 많은 노동자가 ‘용역깡패’에게 얻어맞고 죽어갈 때는 보도않다가 노동자가 임원을 폭행하니 기사를 적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조정불성립됐다.

조정신청이 근래 집중된 이유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유성기업 노조파괴 역사 관련된 보도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12월 말께 조합원이었던 오아무개씨가 퇴사 3개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월11일엔 국가인권위가 유성기업에 노조 표적 차별(임금차별) 행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며 노동자 정신건강 상태가 위험한 수준이라 밝혔다. 국가인권위 대전인권사무소도 지난 2월14일 충남 아산에서 ‘유성기업 사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유사한 논의를 다뤘다.

▲ 경향신문 지난 1월22일자 11면.
▲ 경향신문 지난 1월22일자 11면.

이를 다룬 기사 대부분이 반론대상이 됐다. 유성기업 측은 오씨 죽음은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것이고, 유성기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유성기업은 또한 인권위 차별시정권고도 '객관적 증거 없는 판단으로 관련 법을 위반했다'며 부인했다. 노조 차별 혐의는 수사기관에서 세 차례 불기소 처분을 받는 등 객관적 증거가 없고 유성기업 내 우울증 고위험군 비율은 2.7%에 불과해 위험한 수준은 아니란 것이다.

언론계 일각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언론의 반론청취 의무를 고려하면 반론문 게재는 문제가 없지만 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는 평가다. 한겨레 경우 반론 취재 후 반론 내용을 함께 보도했다. 언중위 제소 소식에 한겨레에선 '반론을 충분히 들은 기사인데 또 반론문을 넣으라는 꼴'이란 말이 나왔다.

“2011년 이후 부당노동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단 지적도 있다. 유성기업은 2011~2018년 간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다룬 기자들에게 “2012년 이후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파괴를 한 사실이 없고, 이를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2011년 유혈사태 이후로 회사와 교섭을 체결한 적이 한 번도 없고 회사 측 ‘관찰일지’(근태감시), CCTV 기록, 잔업·특근 배분 차별 등을 근거로 7년 간 고발 회견을 열어왔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라 불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문건도 법정에서 확인됐다. 온건한 노조를 만들어 그 노조와 교섭을 신속히 체결하고 금속노조 산하지회와는 교섭을 해태하라는 등의 전략이 적힌 문서로, 실제 똑같이 이뤄졌다. 유시영 전 회장은 노조법 위반으로 징역 1년2개월 실형이 확정됐고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도 지난해 8월 1심에서 노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2개월 실형을 받았다.

한 노동부 기자는 이에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확인된 사실이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다룰 때마다 삼성 측에 반론을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노동부 기자는 "유리한 법원 판결 몇 개를 부각시켜 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자신들이 자행한 노조파괴는 인정하지 않는건데, 반론 게재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가린 채 무더기 조정을 넣는건 언론탄압"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반론신청 주 대상은 1월 잘못된 내용의 국가인권위 보고서 내용을 다룬 보도에 있다. 2012년 이후엔 노사갈등이 있는 것은 맞지만 언론이 갈등이 아니라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라 계속 쓰고 있어 안타깝다. 회사는 노조파괴를 하고 있지 않고 그에 대한 입장을 말한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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