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휴대폰을 납품하던 신영프레시젼 집단해고 여성노동자들이 ‘먹튀 청산’ 의혹에 맞서 점거농성에 들어간지 두 달 반.
8일 저녁 111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찾아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신영프레시젼 본사는 정적만 감돌았다. 40여명의 농성하던 여성노동자 대부분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3·8 여성대회에 참석하러 갔고, 본사 2층 농성장에는 2명의 여성노동자가 큰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1994년 신영정밀로 시작해 삐삐가 한창 유행하던 90년대 초중반 모토롤라와 제휴해 90년대말 IMF 구제금융 때도 탄탄하게 성장하면서 한때 LG휴대폰 케이스 전체 물량의 40%를 생산하던 신영프레시젼은 서울 금천구 일대에 공장 5개를 가진 알짜기업이다.
신영의 해고방식은 독특했다. 지난해 7월 1달치 해고예고수당에 1달치 월급까지 위로금으로 얹어 73명을 정리해고하자 이전에 결성된 노조(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젼분회)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넣었다. 지노위는 지난해 11월23일 신영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노조는 지난해 12월17일 회사에 장기 경영전략을 내놓으라고 본사로 들어갔다. 그러나 회사는 그 날 청산 절차에 들어갈테니 명예퇴직을 신청받겠다고 공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자연스레 그 날부터 본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해고를 피했던 86명의 노동자는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12월31일자로 퇴사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해고했던 노동자 44명을 1월21일자로 전원 복직시켰다.
반년만에 복직된 노동자들은 복직한 바로 그 날 회사의 또다른 공고를 접했다. 회사는 복직시킨 바로 그 날 복직자 44명과 노조분회장까지 45명 모두에게 법인 청산에 따른 통상해고를 하겠다고 휴대폰 문자로 공고했다. 회사는 지노위에서 졌던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이번엔 통상해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4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은 6개월 사이에 두 번의 해고를 접했다.
노조엔 이희태씨 분회장을 뺀 40여명 모두가 여성노동자다. 30~50대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금천구 일대에 살면서 10~20년씩 이 회사에서 일하며 청춘을 보냈다. 농성이 길어지자 노조는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지노위에 다시 통상해고를 부당해고로 규정하고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원 대부분은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여성의 날 행사장 무대에 올라 공연까지 했다. 서울지역 여성해고 사업장인 신영프레시젼, 레이테크코리아, 성진씨에스 세 곳의 여성노동자들은 이렇게 3·8여성대회 무대에서 합동 공연을 했다.
지난해 12월17일부터 계속된 농성에도 회사는 청산 계획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회사는 7년전 강원도 춘천에 골프장을 개설해 레저산업 쪽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제조업인 신영프레시젼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회장 일가가 골프장에 쏟아 부었다며 먹튀 청산이라고 주장한다. 회사는 한국에서 더 이상 제조업에 전망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희태 분회장은 “사출팀에서 일하다가 자동추출 로봇에 손바닥을 관통 당한 동료 등 수많은 노동자가 몸을 다쳐 가며 일했는데 사람을 이렇게 버리는 회사의 경영방식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신영에서만 20년 가까이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었다는 50대 여성노동자 A씨는 “컨베이어 벨트 속도는 20년 동안 꾸준히 높아졌다”며 “관리자 등살에 아침 조기출근해 무료노동을 강요 받았는데 이제와서 필요없어졌으니 나가라는데 누가 가만 있겠나”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