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8일 개각 명단에서 주목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로 지명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주목 받는 이슈나 권력에 저격수이자 이슈파이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저격수가 중소벤처기업을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지켜내는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궁금증도 생긴다.

박영선 후보자는 1960년 경남 창녕 출생으로 수도여고 경희대 지리학과를 나와 1981년 KBS 기자로 입사했다. 그는 춘천지국 발령에 1년 만에 퇴사해 1982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후 기자로 전직해 LA특파원, 경제부장을 역임하다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박 후보자는 기자시절 경제부 기자를 오래 했다면서 재벌에게 문제가 많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돈 많이 버는 것 때문이 아니라 재벌이 계속 특혜 받으며 문어발식 확장하다 보니 중소기업이 기회를 잃고 성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7대 국회부터 정계에 입문한 뒤 18~20대 국회에선 구로을로 출마해 내리 4선을 했다. 박영선 후보자의 대표적 국회활동은 BBK 저격수 역할이었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서 기자시절인 2000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BBK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걸 공개하면서 이명박이 BBK 설립자임을 파헤쳤다. 그는 “(당시) 이명박 사장은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명문대학 나온 천재라고 얘기하면서 아비트리지 거래는 수학 잘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방법이라고 열변을 토했다…7년 전 취재기자에게까지 펀드 가입을 권유해놓고 이제와 마포 해장국이나 얼렁뚱땅 반문하는 사람. 이거 용서되는 일이냐”고 했다.

박 후보자는 다른 여당 의원과 달리 삼성 비리와 재벌상속도 파헤치려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조사 때 참고인으로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국민이 알뜰살뜰 모은 국민연금을 이용해 본인의 승계에 지금 이용하는 그 현장을 참고인께서 이야기해 준다”며 “이재용 부회장보다 기억력이 훨씬 좋고 아는 게 많은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게 어떻겠냐”고 추궁했다.

박 후보자 초선의원이던 2004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재용 씨는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통해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고도 16억원의 증여세만 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삼성 문제를 제기했다.

▲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후보자는 2010년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에서도 비공개 데이터를 추적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KNTDS상의 천안함 항적을 직접 받아와 천안함이 사고 직전에 고속 유턴한 사실을 밝혔다. 유턴 이후 기뢰에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북한 1번 어뢰 공격에 파괴됐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제기했던 항적 실체는 여전히 국방부와 검찰이 재판장에게만 제공했을 뿐 소송당사자에게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 항적은 비공개돼 있어 여전히 풀리지 않은 핵심 정보이다.

박 후보자는 원내대표 시절에는 비판받을 일을 한 전례가 있다. 그는 2014년 새정치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당선돼 당시 최대 이슈였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여당과 특별법에 합의과정에서 유가족의 견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원성을 샀다. 당시 특별법 합의안에는 특검 후보군 선정에 유가족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특조위의 수사기소권 미반영 등의 문제를 낳았다. 유가족의 강력한 항의로 결국 그는 그해 10월2일 불명예퇴진했다.

박 후보자는 당내 계파로는 친문계와 갈등하는 등 비문으로 알려져왔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두차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붙었지만 낙선했다.

19대 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냈고 20대 국회에서는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법무부 장관 후보 물망에도 종종 오르곤 했다.

이밖에 재산, 자녀 병역,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 청문회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검증 대상을 거칠지 주목된다.

박영선 후보자는 8일 개각 발표후 페이스북에 올린 소감에서 “문재인 정부 3년차 엄중한 시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선진국에 얼마 전 진입했다.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 정착을 위해 ‘중소벤처기업 중심경제’로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요즘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 창업벤처기업가, 중소기업,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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