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은 111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며 벌인 대규모 시위를 기념하는 날이다. 빵은 남성 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 생존권을 의미하며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한국에선 지난해 미투 운동 이후 처음 맞는 여성의 날이다. 8일 주요 정당이 모두 관련 논평을 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채용과 승진에서 유리장벽이 존재하는 현실,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질수록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져 끝내 경력단절을 겪어야만 하는 현실, 성차별과 여성폭력, 여성빈곤의 현실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조금씩 전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여성의 삶을 옭아매는 모든 성차별적 구조를 바꿔내지 않는다면,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의 사슬을 끊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민주주의는 언제나 미완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소 민감한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성평등 사회를 위한 더 많은 연대의 힘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각별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다소 두루뭉술하게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은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빈곤타파, 안전한 사회 조성 등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특히 저 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여성의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출산 이후 육아와 사회생활을 어려움 없이 병행해 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마련과 문화조성 역시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해당 논평에서 ‘미투’ 언급은 없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바른미래당은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 비율은 37%에 달하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대치다. 직장 내 유리천장과 여성에게 전가되는 보육책임은 여전하다. 지난해 들불처럼 일어났던 미투운동 역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성범죄에 노출되고 권력에 희생당해온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하면서 “여성의 날이 필요 없는 평등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에 불과하고 문재인 정부의 여성장관 비율 역시 약속했던 30%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투를 통해 보여준 여성들의 용기는 혁명적이었고, 강고한 연대는 충분히 뜨거웠다. 여성의 날을 자축하며, 빵과 장미의 투쟁에 지속적인 지지와 연대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세계 성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49개국 중 115위로 극심한 성별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대한민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이 처한 성차별적 현실을 바꾸기 위한 공감대가 높지만 미투, 스쿨미투, 각종 여성 법안에 먼지만 쌓여 가고 있다. 이러한 원인 중 하나는 17%에 그치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로,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 국회의 개혁 또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100:64로 OECD가 이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도 35%로 OECD 최고 수준이다. 역대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0명이었다. 5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2.7%,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은 67.2%로 유리천장지수가 5년 연속 OECD 최하위다. 맞벌이 가정에서 기혼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기혼남성의 8배에 달한다. 재직 중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8%가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 중 경찰 신고율은 2%도 안 되며, 신고해도 기소율은 가정폭력 8.5%, 성폭력 33%에 머문다”며 가장 구체적으로 여성의 현실을 언급하며 “참담한 수치를 앞에 두고 우리는 여성의 날을 맞는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조차 20대 남성의 국정지지율 하락을 여성의 이기주의와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는 오늘이다. 성차별 개선보다 백래쉬와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더 먼저 몰아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저항하는 약자들의 언어이자 무기인 페미니즘으로 여성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이어 “약자 간의 연대와 정의로운 투쟁의 이름으로 모두가 여성임을 선언하자. 소외된 이들의 손을 맞잡는 우리가 여성이다. 약자에 공감하고 억압당하는 소수자의 고통에 공명하는 우리 모두가 여성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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