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내용을 내보내 혐오감을 주는 언론 보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사이트와 디스패치, 위키트리 3개 매체의 보도는 혐오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시정권고를 내리면서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정권고 심의기준 17조(충격, 혐오감)에 따르면 언론은 잔인하고 비참한 장면 등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여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충격‧혐오감 조항을 적용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시정권고하는 건수는 해마다 급증했다. 미디어오늘이 충격‧혐오감 적용 시정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 14건, 2016년 14건이었는데 2017년 70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엔 73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 11건의 시정권고 건수가 나왔다. 전체 시정권고 건수 대비 충격‧혐오감 조항 적용 건수 비율은 2016년 3.2%에서 지난해 5.7%로 대폭 늘었다.

충격‧혐오감 언론 보도는 인사이트와 디스패치, 위키트리에 많았다. 2018년 73건 중 인사이트는 10건, 디스패치는 7건, 위키트리는 4건으로 3개 매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28.8%에 달했다. 2019년 1~2월 11건 중 인사이트는 4건, 디스패치는 3건으로 나왔다.

이들 매체 보도 내용을 보면 정도가 심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지난해 12월 24일 디스패치 “자신의 발 절단해 친구들과 인육 고기 해먹은 남성”이라는 제목의 보도는 혐오 수위 정도가 강해 중재위 안에서도 큰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패치는 스스로 “심약자와 노약자 및 임산부는 기사 사진에 주의하세요”라고 경고했다.

디스패치는 “자신의 잘린 발 인육을 자신의 친구들과 요리해 먹는 남성이 있다. 현재 미국 SNS를 발칵 뒤집어놓았는데요”라며 오토바이 사고로 발에 심각한 부상 입은 한 남성이 발을 절단할 상황에 놓이자 ‘어차피 잘라낼 것이라면 내가 먹는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친구들과 인육을 먹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당해 뼈가 으스러진 엑스레이 사진, 절단 수술을 받는 사진, 절단 후 다리 사진, 잘라진 다리를 썰어 후라이펜에 볶는 사진 등을 게재했다.

▲ 2018년 12월 24일 디스패치 "자신의 발 절단해 친구들과 인육 고기 해먹은 남성" 기사에 실린 사진.
▲ 2018년 12월 24일 디스패치 "자신의 발 절단해 친구들과 인육 고기 해먹은 남성" 기사에 실린 사진.

디스패치는 자기 다리를 절단해 친구들과 나눠 먹었던 A씨가 “햄버거나 핫도그에 들어가는 패티보다는 나았고 베이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의 출처는 미국 커뮤니티 ‘레딧’이다. 혐오감이 컸던 탓인지 디스패치는 해당 보도를 삭제했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12월 7일 “길 가던 남성 차 쌩쌩 달리는 도로에 확 밀쳐 죽이려 한 노숙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사우스 브로드웨이 인근 벤치에 앉아있던 노숙자가 지나가는 60대 남성을 길가 옆 차도로 거세게 밀쳤다는 건데 해당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유튜브)을 그대로 내보냈다. 영상에는 60대 남성이 트럭의 바퀴에 깔리는 장면이 있다. 인사이트는 유튜브 영상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위키트리는 인도네시아 거대 구렁이가 여성을 통째로 삼켰다면서 구렁이 배를 갈라 나온 여성의 시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한 영상을 내보냈다. 위키트리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 2018년 6월 17일 위키트리의 "7미터 비단 구렁이가 여성 통째로 삼켜"라는 기사에 실린 영상.
▲ 2018년 6월 17일 위키트리의 "7미터 비단 구렁이가 여성 통째로 삼켜"라는 기사에 실린 영상.

이밖에 머리와 얼굴에 불이 붙는 줄도 모르고 나체로 걸어다니는 ‘마약중독’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을 내보낸 보도(디스패치 2018년 8월 20일), 펄펄 끓는 냄비에 강제로 한 남성의 얼굴을 집어넣는 사진을 내보낸 보도(인사이트 2018년 11월 22일), 가죽 가방을 만들기 위해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악어 영상을 내보낸 보도(위키트리 2016년 12월 23일) 등이 충격 혐오감을 주는 보도로 심의돼 시정권고를 받았다.

▲ 2018년 11월 22일 인사이트의 "나를 웃겨보라며 펄펄 끓는 냄비에 직원 얼굴 강제로 집어넣은 회장"이라는 기사에 실린 사진.
▲ 2018년 11월 22일 인사이트의 "나를 웃겨보라며 펄펄 끓는 냄비에 직원 얼굴 강제로 집어넣은 회장"이라는 기사에 실린 사진.

시정권고 소위원회 위원들은 ‘몇몇 언론사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를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 잔인하고 비참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 및 영상을 게재하여 독자로 하여금 충격 불안감을 느끼게 할 우려가 크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충격 혐오감 보도가 많은 이유에 대해 단정적으로 결론짓는 것은 아니지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를 실게 되면 아무래도 독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경쟁이 심한 언론 환경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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