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 “동의할 수 없다.” 배태호 TV조선 전국부장이 심의위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TV조선 보도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중징계로 최종 제재 수위는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이날 심의에 오른 리포트는 지난해 11월30일 방영된 TV조선 ‘뉴스9’ “‘파업 풀었다는데’ 택배 대란 여전…시민 ‘골탕’”이다.

▲ 지난해 11월30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11월30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리포트는 울산의 한 택배업체 CCTV화면을 보여주며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택배 상자가 땅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한 노조원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파업 끝낸 노조, 택배 분류 방해하고 배송 거부’ 자막을 띄웠다. 이어 “창원에서도 노조원들이 9시간 동안 점거했다. 경찰의 퇴거 명령에도 아랑곳 않는다”고 한 다음 노사가 파업 기간 택배 배송 책임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고 설명하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 모습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추천 심의위원들은 이 보도가 노조에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에 출석한 TV조선 관계자들은 “문제없다”며 맞받아쳤다.

심영섭 위원이 “이 사안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다룬 적 있나”라고 묻자 배 부장은 “보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 위원이 “단순한 갈등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10일도 더 지나 물건을 주려면 원인을 설명하고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며 택배기사들이 거부한 이유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심 위원은 “왜 이 문제가 발생했나. 결국 수수료”라며 파업이 발생한 원인을 진단하지 않는 보도를 지적했다. 그러자 김동욱 TV조선 뉴스에디터는 “노사갈등에 소비자들이 피해 보고 있다는 데 집중했다”며 ‘노조 공격’이 아닌 ‘노사 갈등’으로 다뤘다고 주장했다.

심 위원이 “본질은 빼고 소비자 불편을 겪는 것과 시위하는 택배기사들만 보여주면 오해의 여지가 있다”며 “당사자 가운데 원청인 CJ대한통운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배 부장은 “동의할 수 없다”며 “사측이 빠졌다고 하는데 사측은 (기사에 나오는) 대리점도 포함된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윤정주 위원은 “영상을 보면 노조가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위에 올라간 거 같은데 노조는 자신들이 멈춘 게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배 부장은 “노조가 멈춘 건 아니지만, 이미 분류된 택배를 컨베이어 벨트에 다시 올려놓으면 오류가 난다. 그래서 사측이 멈추게 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 위원이 “노조가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물건을 올렸나”라고 하자 배 부장은 “결과적으로 방해가 일어났다”고 반박했다.

다음으로 질의한 허미숙 위원(소위원장)은 “이날 택배노조 파업이 메인뉴스 리포트 몇 개 나갔나”라고 물었다. 배 부장은 “한 꼭지”라고 답했다. 김 에디터는 “모든 사안을 다룰 수는 없다”며 “다른 방송사도 메인뉴스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들었다. 이어 허 위원이 다양한 관점을 담은 다양한 보도가 있다고 설명하고 노조에 일방적으로 비판적인 보도라고 보지 않냐고 물었을 때도 배 부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추천 위원들은 TV조선 보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사안에 대해 사람들이 받는 느낌은 국민이 다 다르다”며 “있는 일을 그대로 보도했는데 왜 객관성 위반이냐”며 제재를 반대했다.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사실에 입각한 보도”라면서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업이 왜 일어났는지 근본 원인을 제시하지 않아 아쉽다”며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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