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고농도 사태의 원인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연일 이어지지만 따져보면 근거부터 잘못됐다는 반론이 나왔다.  

미세먼지량을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소의 발전비중과 발전량이 문재인 정부 들어 늘었으니 미세먼지는 탈원전 정책 탓이라는 것이 조선일보 등의 주장의 주된 논리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를 보면,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소 발전량이 늘어난 건 맞지만 이 발전으로 인해 뿜어져나온 미세먼지량은 오히려 큰폭으로 줄었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에 100조원을 들이겠다고 하는데도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2017년 33.5%에서 2030년 31.6%로 변함없는 것은 탈원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석탄화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에 의존해야 한다며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미세 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 감축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조선은 지난달 15일자 사설에서도 “이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 때문에 석탄을 주력으로 하는 화력발전 발전량이 상당히 늘었다”고 썼다.

조선은 이틀 뒤인 그달 17일자 4면 머리기사 ‘미세먼지 뿜는 석탄·LNG 발전 19% 늘었다’에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에너지원별 발전량 추이를 살펴보면 원전은 급감하고 석탄 발전은 급증했다”며 “석탄 발전은 미세 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결국 탈원전 정책과 미세 먼지 증가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국전력이 매달 공개하는 전력 통계 속보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은 2016년 1~11월 14만9380GWh(기가와트시)에서 작년 같은 기간 12만1075GWh로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석탄은 14%, 액화천연가스(LNG)는 27% 늘었다. 석탄과 LNG 발전을 합치면 18.7% 증가했다”고도 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도 중앙일보 29면 ‘미세먼지 없는 원자력…탈원전 도그마 버릴 때’ 칼럼에서 “탈원전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대폭 오르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현격히 증가할 것이며, 막대한 외화가 유출되고, 전기화가 급격히 진행될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 마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최악의 미세먼지에서 벗어난 7일 오후 강원 강릉 시내(오른쪽)가 선명하게 보인다. 왼쪽은 지난 4일 오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 최악의 미세먼지에서 벗어난 7일 오후 강원 강릉 시내(오른쪽)가 선명하게 보인다. 왼쪽은 지난 4일 오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원전 줄고 석탄화력 늘었으나 → “탈원전 때문은 아니다”

석탄발전 늘었으나 석탄·LNG·액체발전 나온 미세먼지 9300톤 줄어

이 같은 주장이 타당한지는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때문에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석탄과 LNG 발전이 늘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석탄화력 발전량이 늘어도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줄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오늘이 8일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발전원별 미세먼지 배출현황을 보면, 우선 2016년에 비해 2018년 석탄 발전과 LNG의 발전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석탄발전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이 크게 줄었고, LNG의 경우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석탄발전의 경우 2016년 발전량이 231.8TWh(테라와트시)에서 지난해 238.2TWh로 2.8%포인트 늘었으나 미세먼지량은 같은 기간 3.07만톤에서 2.29만톤으로 무려 25.4%포인트(7800톤) 가량이나 줄었다.

또한 LNG의 경우 2016년 발전량이 121TWh에서 지난해 152TWh로 25.6%포인트 증가했으나 정작 이 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량은 같은 기간 1009톤에서 1099톤으로 8.9%포인트(90톤)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액체연료의 경우 같은 기간 미세먼지 배출량이 2556톤(0.2556만톤)에서 884톤(0.0884만톤)으로 65.4%포인트(1672톤)나 감소했다.

석탄발전에서 줄어든 7800톤과 LNG에서 소폭 늘어난 것(-90톤), 액체연료에서 줄어든 1672톤을 모두 합산하면 약 9382톤의 미세먼지가 2016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탈원전 탓에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주장의 근거인 ‘원전은 줄고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LNG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말부터가 전혀 사실과 다른 근거임이 판명된 것이다. 석탄화력, LNG 액체연료 발전을 다 합쳐도 미세먼지는 3년전에 비해 0.93만톤이 적게 배출됐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 발전량이 줄어든 것 역시 탈원전 탓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부가 지난달 17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탈원전으로 석탄·LNG 발전량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에너지전환은 장기간에 걸쳐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전원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긴 제목의 해명자료를 냈다. 이 자료를 원전은 전체 발전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30%에서 지난해 4분기엔 26.1%로 줄었다. 석탄발전은 2016년 39.6%에서 지난해 4분기엔 40.5%로 약간 늘었고, LNG는 같은기간 22.4%에서 26.2%로 다소 늘었다.

그러나 16년 이후 원전발전량의 감소 요인을 두고 산업부는 “탈원전 탓이 아니라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 과거 건설된 원전의 부실시공에 따른 원전정비 일수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현재 건설중인 5기의 원전(신고리 4·5·6, 신한울 1·2) 가운데 오는 2022년까지 세기가 준공될 경우 설비규모가 현재 22.5GW에서 ’22년 26.0GW로 증가한다.

석탄발전량이 증가한 것도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인허가가 완료된 발전소가 넘어왔기 때문이라는 반박이다. 산업부는 신규 석탄 11기(9.6GW)가 새로이 진입했기 때문으로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8일 “원전 발전량이 줄고 석탄 및 LNG 발전이 늘어난 것을 탈원전 탓이 아니라 앞선 정부가 선탄 화력발전소 허가를 내어줘 늘어난 것이며, 석탄발전의 경우 발전량은 늘었음에도 미세먼지 발생량은 줄었다. 최근 6일 간의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는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 전환정책과 상관관계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 원을 짤 때 미세먼지 이슈 하나만으로 짤 수 없다. 미세먼지 줄이고자 석탄발전소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방사성폐기물이 심각하니 모든 원전을 문닫아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는 줄여가되 급격하게 줄일 경우 매몰비용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작성한 최근 5년간 발전원별 미세먼지 배출량. 미디어오늘 입수자료
▲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작성한 최근 5년간 발전원별 미세먼지 배출량. 미디어오늘 입수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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