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인용해 OECD 국가 가운데 SNI 차단을 하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이 의뢰해 입법조사처가 SNI 차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인터넷검열, 과잉규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https·SNI 차단 방식이 OECD 국가에서 단 한곳도 없는 곳으로 확인됐다”며 “SNI 방식은 정부가 국민의 더 많은 개인정보에 접근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사실상 인터넷검열”이라고 주장했다.

▲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보도자료.
▲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보도자료.

보도자료가 나오자 언론은 받아 썼다. “국회 입법조사처 ‘OECD 내 SNI 차단 도입국 전무’”(연합뉴스) “국회 입법조사처 ‘OECD 내 SNI 차단 도입국 없다”(뉴시스) “"https·SNI 차단 방식 규제, OECD 국가 중 韓이 유일”(TV조선) 등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원문과는 온도차가 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국을 대상으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SNI 차단을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국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OECD에서 한국 외에는 차단국이 없다는 박대출 의원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해외 주요국에서 SNI 확인이 안 되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내용이 왜곡돼 보도되고 있다.
▲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해외 주요국에서 SNI 확인이 안 되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내용이 왜곡돼 보도되고 있다.

보고서는 “심층패킷 분석을 하는 일부 국가의 경우 SNI차단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정부 차원의 SNI차단이 이뤄지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고, 영국은 심층 패킷 분석을 사용하므로 추후 SNI차단 방식 도입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한 박대출 의원은 보고서를 인용해 “SNI 차단보다 검열이 강화된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는 중국, 러시아 단 2곳에 불과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보고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SNI 차단보다 강화된 방식의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다는 대표 사례를 언급했을 뿐, 한국보다 심각한 나라가 몇 곳이라고 집계해 밝히지는 않았다.

박대출 의원은 SNI 차단 방식이 사실상 인터넷 검열이라고 했지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기관이 아니기에 관련 법령 쟁점만 제공한다. 학계·법률계의 심도 있는 기술적·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기사 헤드라인을 보면 ‘한국 외에는 없다’고 나오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 실제로는 ‘확인 된 바 없다’는 내용”이라며 “새로운 기술이라 해외에서 주로 쓰지는 않겠지만 SNI차단을 하는지 아닌지 기술적인 내용을 각 나라가 공표한 바가 없어 단정해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대체로 사이트 차단보다는 불법적인 곳은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SNI 차단이 통상적인 수준에 비해 과도한 건 사실이지만 정치적 주장을 위해 보고서 내용을 과장해 사안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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