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후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별도의 공론화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브리핑룸에서 가진 2019년도 주요 업무계획 발표에서 ‘인터넷 역기능 대응 강화’ 대책으로 “해외 불법사이트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과 관련해 국민이 많은 우려를 제기해 준 만큼 별도의 공론화협의체를 통해 기술적 조치를 포함한 인터넷 규제의 바람직한 방향과 적정한 수준을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을 넘은 https 차단 정책 반대 여론 관련 공개 답변에서 “국민의 공감을 먼저 구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할 텐데 부족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책이 어떻게 이뤄지고 실제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알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라면서도 “심각한 폐해를 낳거나 피해자의 삶을 파괴하는 등 불법성이 명백한 콘텐츠는 국내외 어디서든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 불법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공감할 내용에 꼭 필요한 조치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https 차단 기술이 감청의 여지가 충분한 방법인데도 사회적 합의 없이 시행을 결정했다는 비판과 추가 답변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졌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25만명을 넘은 https 차단 정책 반대 여론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25만명을 넘은 https 차단 정책 반대 여론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이 위원장은 이날 주요업무계획 발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앞으로 관계 전문가들을 구성해 규제 차단 범위나 적용 방식에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고 가급적이면 이번에 제기된 여러 문제를 수용하겠다”며 “그러나 https SNI 차단이 결코 불법적인 게 아니고 검열도 결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가 직접 차단하면 문제가 생겨 민간기구 형식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사이트만 정해서 통신사에 통보하면 통신사가 사이트를 차단한다”며 “방통위는 방통심의위가 요구하면 그 요구에 실행력을 보장해주지 국가가 직접 개입해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날 이 위원장은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방통위가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보다는 합리적 수준의 수신료를 지원함으로써 공익에 충실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수신료는 1981년부터 38년간 2500원으로 동결돼 왔다.

이 위원장은 “수신료를 좀 더 투명하게 집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그걸 마치 외부에서 수신료 인상을 위한 작업이 아니냐고 오해하나 그렇지 않다”면서 “수신료 분배는 EBS와 문제도 있고 적정한 비율과 방법 등의 문제가 있어 시간을 두고 수신료산정위원회 혹은 수신료산정 및 감독위원회를 설치해 수신료를 더 투명하고 공정·적정하게 징수하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건 지금은 인상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예전부터 수신료에 관해 30년 이상 인상하지 않은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방통위의 기본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절차를 합리화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국민추천이사제’를 추진키로 했다. 지금의 여야 7대 4, 6대 3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에서 국민추천이사를 5명 이상으로 구성해 여당이 다수를 점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안이다. 아울러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국민 의견수렴 절차 의무화 등을 반영하도록 방송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효성 위원장은 “우리가 국회에 제출한 안이 있지만 그건 우리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라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타결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민추천이사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우리의 입장이 아직 달라서 당정 협의 과정을 거쳐 조율해야 한다”며 “우리는 공영방송 이사가 국민추천이 되면 사장은 이사회 자율로 결정해도 무방하다고 보나,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의 2단계 구조를 도입하자는 민주당의 안도 같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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