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예정됐던 개각이 8일로 연기된 가운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거론되자 시민사회 반발이 거세다. 국내 영화산업 독과점 악화시킬 인사라는 우려에서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언론이) 정치인 3명(진영, 박영선, 우상호)을 단수 후보로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던데, 단수 확정된 후보가 아니고 복수 후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7일 “문체부 장관은 박양우 전 차관이 정치인 후보와 함께 검토돼 왔다”고 보도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한국진보연대·한국민예총·영화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 등이 소속된 한국영화반독과점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박양우씨의 장관 인선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시절 문광부 차관을 역임한 뒤 2015년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맡았으며 2014년 3월1일부터 2021년 7월1일까지 임기로 CJ ENM 사외이사 및 감사를 맡고 있다.

▲ 박양우 전 문광부 차관. 현 CJENM 사외이사. ⓒ연합뉴스
▲ 박양우 전 문광부 차관. 현 CJENM 사외이사. ⓒ연합뉴스
대책위는 박양우 전 차관을 가리켜 “한국영화배급협회장,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일관되게 CJ그룹 이해만 충실하게 반영해 왔다”고 비판하며 “박양우 이사는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대기업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려는 영화인들과 시민사회의 노력을 무력화해온 인사”라고 주장했다.

한국영화산업은 극장업(상영)과 영화유통업(배급)을 겸하는 CJ·롯데·메가박스 3개 기업의 독과점에 장악됐다. 세 곳이 전국 상영관의 92%, 좌석의 93.4%, 매출액의 97%(2017년 한국영화연감 기준)를 독점한다. 한국영화 기준 전국극장 매출의 57.8%를 이들 세 곳 배급사가 점유한다. 상영관 독과점은 △향유권 침해 △요금 인상 △매점 폭리 △광고시청 강제 등의 부정적 요인을 발생시키고 무엇보다 이해관계에 따른 과다상영과 조기종영으로 전반적 영화계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 극장들은 대기업이 투자하고 유통하는 영화에 과다하게 상영관을 열어주고 있다. 배장수 대책위 대변인(전 스포츠경향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 워’의 극장점유율이 83%였다. 중국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한국 영화 산업계를 해외토픽감으로 묘사한 뒤 “박양우 이사가 장관이 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2012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작성한 ‘영화산업 내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 분리 검토’ 문건에 따르면 “영화산업에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가 결국 제작투자·배급·상영이라는 수직 계열화된 대기업의 구조와 독과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배급/상영 분리에 대한 법제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문건이 비공개 처리돼 논란이 있었다.

현 문체부장관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10월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금지를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낼 정도로 이 사안에 인식이 명확했다. 그러나 CJ ENM 사외이사 출신이 문체부 장관이 되면 같은 문재인 정부에서 특정 사안에 문체부 입장이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대책위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내건 현 정부가 자신의 국정철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인사를 차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유력한 후보로 검토한다는 소식은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우려스럽다”며 “박양우 이사가 문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것조차 문재인 정부에 누가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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