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지난달 28일 중소기업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당선에 시선이 곱지 않다. 금품살포 지시 의혹 때문이다.

김기문 회장 측 비서실장은 인터뷰를 마친 기자에게 50만원이 든 종이봉투를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발을 당했다. 상식적인 물음이 뒤따른다. 김 회장 측 비서실장이 기자에게 건넨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 김 회장 비서실장은 무슨 목적으로 돈을 건넸을까. 김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는 한명 뿐일까.

지난달 20일 중소기업 중앙회장 선거 마지막 정책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금권선거는 사실과 관계없이 중소기업 자긍심을 훼손시킬 수 있다. 향후 중기중앙회 활동에 있어 정당성이 저당 잡힐 수 있다”고 김기문 회장을 겨냥했지만 김 회장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질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중소기업 중앙회 출입기자실에서는 비상식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기자실을 방문한 김 회장에게 기자들이 금품살포 지시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김 회장 측근이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인 것.

질의응답 시간에 한 기자가 “모 매체 기자를 상대로 현금 50만원과 20만원 상당의 시계를 준 것을 인정하느냐”고 묻고 연이어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회장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김 회장이 답을 회피하자 기자들은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들어가 질문했다. 하지만 김 회장 측근들은 기자들의 접근을 강하게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측근은 계속된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가 수사기관이냐”라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출입기자단은 몸싸움에 대해 중소기업 중앙회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2월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출 투표’에서 당선자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월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출 투표’에서 당선자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소기업 중앙회장은 ‘중통령’으로 불린다. 대통령 주재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는 위원회도 17개에 달한다. 중소기업 중앙회 예산만 3조가 넘는다. 막강한 지위를 자랑하면서 매번 중소기업 중앙회장 선거는 매번 불법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김기문 회장처럼 기자에게 직접 돈을 주고 기사를 청탁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금품을 받은 기자가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긴 했지만 만약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김 회장 측의 불법적인 여론 형성 작업은 계속됐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지난 6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동 현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작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곳은 중소기업 중앙회다. 자신의 불법 의혹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의 생존 대책을 강구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리 없다.

김 회장은 지난달 15일 통화에서 “비서실장 A씨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했는데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입원을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회장 비서실장은 중소기업 중앙회 복귀를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