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6일 법원의 조건부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3월22일 구속된지 349일 만이다. 황제 보석 비판을 우려한 재판부는 10억원의 보증금 납입, 주거 및 외출 제한, 접견 및 통신 대상 제한, 주 1회 법원에 보고서 제출 등의 보석 조건을 내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 수수 및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가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한 이유는 항소심 구속 기한인 다음달 8일까지 재판을 마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와중에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정식 공판은 지난 1월에야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도 1심 때와 달리 전략을 바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부인하며 증인들을 줄줄이 불러달라고 요청했지만, 증인들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를 제외한 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 조선일보를 제외한 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아침 종합일간지는 7일 일제히 ‘이명박 보석 석방’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조간 신문은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2면에 1건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석 조건이 까다롭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를 기사에 실었다.

▲ 7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1면에만 MB 보석 석방 소식이 없다.
▲ 7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1면에만 MB 보석 석방 소식이 없다.

반면 서울신문은 시민과 시민단체가 “중형인데 석방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꼬집는 목소리를 담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힘없는 시민의 눈에는 ‘유권무죄, 유전무죄’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엄정한 재판으로 국민 우려 불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7일자 아침 종합일간지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조선 : MB 349일만에 보석… 외출·외부인 접촉 못해 사실상 자택 구금 (12면)
서울 : MB 349일 만에 ‘자택구금 수준’ 조건부 석방 (1면)
한국 : 석방되는 MB (1면)
한겨레 : MB 보석 석방… 349일 만에 집으로 (1면)
경향 : MB, 구속 349일 만에 석방 (1면)
중앙 : 349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MB (1면)
동아 : MB 조건부 보석… 구속 349일만에 석방 (1면)
국민 : 349일 만에… MB, 구속만료 전 ‘자택구금’ 석방 (1면)
세계 : MB, 349일 만에 조건부 석방 (1면)

조선일보는 12면에 “MB 349일만에 보석… 외출·외부인 접촉 못해 사실상 자택 구금”이라는 제목을 달고 “이 전 대통령 보석 조건은 재판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무슨 이런 조건들이 다 있느냐’고 할 정도로 까다로운 편”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2면에 “박근혜와 양승태도 보석이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보석도 가능한지 따져봤다. 조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구속 기한이 지나도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징역 2년을 확정받은 상태다”고 썼다.

▲ 7일자 조선일보 12면.
▲ 7일자 조선일보 12면.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47개이고, 검찰 수사 기록도 방대하다.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청구하면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처럼 조건을 걸어 석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4면에 “MB ‘공사 구분, 증인들 안 만날 것’… 시민 ‘중형인데 석방 뜻밖’”이라는 제목을 달고 “시민들은 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원생 김모(33)씨는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는데 보석이 쉽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다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가택 연금이라지만 휴대전화도 쓰고 주변 사람도 자유롭게 만날 것 같다’는 등 보석 결정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도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만 방어권이나 인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보도했다.

▲ 7일자 서울신문 4면.
▲ 7일자 서울신문 4면.

경향신문은 “시민적 상식과 정의에 어긋나는 ‘이명박 석방’”이라는 사설 제목을 달고 “법원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거액의 돈을 내고 유유히 ‘집으로’ 향하는 광경은 시민적 상식과 법감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이 시작된 이후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는 등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당초 항소심을 맡았던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 꼼수를 분명히 차단하지 못한 채 4개월을 사실상 허송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항소심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는 큰 흠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힘없는 시민의 눈에는 ‘유권무죄, 유전무죄’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은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경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중대 범죄 혐의자의 ‘외출’은 짧으면 짧을수록 정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 7일자 경향신문 사설.
▲ 7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MB 석방, ‘유권무죄’ 오해 없게 재판 진행 서둘러야”라는 사설 제목을 달고 “재판부가 밝힌 대로 무죄 추정은 형사법의 대원칙이나 갑작스러운 석방이 그간 수사·재판 과정을 지켜본 국민 법감정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보석은 기각됐으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보석 결정이 ‘유권무죄’의 잘못된 메시지로 해석되지 않도록 공정·엄정 재판을 향한 재판부의 의지가 절실하다”고 했다.

▲ 7일자 한국일보 사설.
▲ 7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MB 보석 석방한 법원, 엄정한 재판으로 국민 우려 불식해야”라는 제목으로 “재판부도 언급했듯이 그동안 보석 제도는 엄정히 운영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반 수형자에게 보석은 높은 벽이다. 이런 현실에서 거물급 인사들의 보석은 특권과 특혜로 비칠 소지가 큰 만큼 법원의 엄격한 법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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