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시작으로 인터넷·게임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열풍이 불었지만, 이중 네이버의 노사 갈등이 가장 극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사측과 단체교섭 결렬 후 지난달 20일 첫 단체행동에 돌입했지만, 이후 2주가 지나도록 회사는 아무런 대화 의지가 없었다며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 1층 로비에서 2차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날 단체행동에도 지난 1차 행동 때와 비슷한 300~400명의 조합원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2주전 바로 이곳에서 ‘투명하게 소통하라, 이해진이 응답하라’고 외쳤다. 경영진의 태도가 바뀔 거로 기대했지만 15일째 감감무소식”이라며 “우리도 회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다. 공정하고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네이버를 꿈꾼다. 그러니까 대화하자. 누가 대화하며 답을 정해놓고 하나. 이제 대화다운 대화를 하자”고 촉구했다.

오 지회장은 지난 1차 단체행동 때 네이버 사측이 ‘회사가 대화하자고 제안하면 오히려 쟁의행위를 방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별걱정을 다한다. 쟁의행위 방해하는 것 아니니 진심으로 대화하자는 제안이면 언제든 달라”고 말했다.

▲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1층 로비에서 노사 단체교섭 결렬 후 2차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공동성명 제공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1층 로비에서 노사 단체교섭 결렬 후 2차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공동성명 제공
앞서 네이버 노조는 단체교섭 결렬 후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중노위 조정안까지 나왔지만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조정은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했다.

중노위는 조정안에서 △리프레시(안식) 휴가 15일 △출산 전후 배우자 휴가 10일 △인센티브 지급 객관적 근거 설명을 제시했고, 기타 쟁점은 노사가 자율로 성실히 교섭해 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 등 쟁의 참여 조합원을 제한하는 ‘협정근로자’ 조항이 빠진 조정안은 받을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네이버 노조 단체행동을 응원하러 온 배수찬 넥스코리아 노조 ‘스타팅포인트’ 지회장은 “우리가 네이버를 잘 뒤따라가 배울 줄 알았는데 단협 체결은 우리가 먼저 하게 됐다”며 “네이버 사측이 교섭에서 꺼낸 협정근로자는 노동3권을 무시하고 노조가 받을 수 없는 요구로 교섭을 결렬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넥슨 노사는 지난달 26일 포괄임금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98.8%의 찬성률로 가결돼 넥슨 노사는 오는 7일 최종 단협안 조인식을 한다.

배 지회장은 “네이버는 회사가 교섭장을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데 중고나라 거래도 그렇게 안 한다. 우리도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당황했는데 네이버 노조의 분노가 얼마나 심할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회사에도 도움 된다는 것을 대화하면서 넥슨도 깨달았다. 이걸 네이버도 배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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