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의 자살 사건을 다룬 지난 5일 MBC PD수첩 보도가 파장을 낳고 있다.

방용훈 사장(이하 방 사장) 부인 이미란씨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투신한 뒤 변사체로 발견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의문이 컸다. 방 사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친동생이자 조선일보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MBC PD수첩은 이씨 죽음을 둘러싼 방 사장 일가의 갈등을 직격하며 공분을 일으켰다. 생전 이씨에 대한 방 사장의 폭력 행위 관련 증언,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 이씨를 강제로 집에서 내쫓은 자녀들의 패륜 행위와 폭언, 이씨 자살 이후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이씨 친언니 집을 침입했던 방 사장과 아들의 CCTV 영상 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 MBC ‘PD수첩’이 5일 오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이미란씨의 사망 사건을 다뤄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MBC PD수첩 제공
▲ MBC ‘PD수첩’이 5일 오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이미란씨의 사망 사건을 다뤄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MBC PD수첩 제공
이에 더해 PD수첩은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 이씨를 집에서 강제로 내쫓은 자녀들을 이씨 친정 식구들이 고소한 사건에서 ‘공동존속상해’가 아닌 ‘강요죄’가 적용된 것에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방 사장 부자의 주거침입 사건에서도 방 사장 측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한 검·경에 수사 외압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사건에서 검·경은 방 사장이 술 취한 큰 아들을 말리러 간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의 아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날 PD수첩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가구 시청률은 7.1%(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 시청률이다. 방송 직후와 6일 오전까지 ‘방용훈’ 이름 석 자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방 사장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주목한 방송 장면 가운데 하나는 서정문 PD수첩 PD에 대한 방 사장의 협박성 발언이었다. 방 사장은 서 PD에게 “그렇게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쉽다”며 “녹음하고 있을 테지만 편집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연출한 서 PD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 사장의 압박성 발언은) 개인적으로 독특했던 취재 경험”이라며 “취재 당시 강한 압박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이후 제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또 그의 해명을 담는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PD와 일문일답이다.

- 시청자들 반응이 폭발적이다. 예상했나?

“아무래도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관한 이야기라 시청자분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실제 확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청와대 청원까지 하실 정도로 관심 있게 보셨다면 제작자로서 보람된 일, 좋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 방송 이후 서 PD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방용훈 사장의 압박성 발언 때문이다.

“방 사장과 길게 통화했다. 협박성 발언도 있었고 자기 해명을 죽 늘어놓는 발언도 있었다.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식의 방 사장 발언과 반응은 개인적으로 독특했다. 취재하면서 여러 통화를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강한 압박으로 느꼈다면 지금 숨어있거나 조용히 지내야 하는 건데….(웃음) 방송 이후 제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또 그의 해명을 담는 차원에서도 해당 발언을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 취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2016년 이미란씨 어머니, 즉 방 사장의 장모 편지가 온라인에서 떠돌았다. 처음 봤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 편지 진위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땐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갔는데 지난해 7월 PD수첩이 장자연 사건을 다루면서 이씨 유족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나를 포함해 여러 분들이 이 사건을 단순 재벌 가정사로 생각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하면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 불법 행위가 심각하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갈등이 있다고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를 내쫓거나 그 가족이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이씨의 친정을 찾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 아닌가. 무엇보다 형사 사법 기관이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수사를 전개했고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다. 취재해야 할 이유를 찾은 거다.”

▲ 서정문 MBC PD수첩 PD.
▲ 서정문 MBC PD수첩 PD.
-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외압을 의심하나?

“방용훈 사장이 부인 이씨의 친언니 집을 침입한 행위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해당 CCTV 영상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준 까닭이다. 수사기관은 방 사장이 아들을 말렸다며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했는데, 만나본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수사가 이상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진짜 대충 수사했거나 실수했거나. 실수를 하고 싶어도 그렇게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남은 건 ‘수사기관의 정무적 판단’인데 외압과 청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무릎을 꿇은 건데…. 결과적으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유리한 수사 결과였다.”

- 추가 취재 계획은?

“자료가 더 쌓이면 해볼 생각이다. 아직 못한 이야기가 있다. 자료가 더 쌓이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큰 사건일수록 PD들 압박은 커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신다면, 앞으로도 PD수첩은 성역 없는 취재를 보여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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