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연일 미세먼지 문제를 이용해서 원전을 건설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원전보다 무서운 미세먼지’, ‘탈원전도 미세먼지 악화시키는 방향 아닌가’, ‘연휴 덮친 미세 먼지, 탈원전부터 바꾸자’ …. 원전이 마치 미세먼지 해결사 같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5기 원전이 늘어났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때 고리 1호기, 이번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폐쇄되어 잠시 줄었다가 이 정부 들어 신규 원전 1기가 운영허가를 받아서 원전설비는 다시 늘었다. 앞으로도 4기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그렇다고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3월 연휴를 시작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기상정체 현상이 핵심원인이다. 기상이 정체된다는 것은 공기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 유입되는 것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석탄발전소와 경유차다. 석탄발전소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8.7%를 차지해서 단일배출원으로 가장 많이 배출한다.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량이 많지만 전국 6만 여개 사업장으로 업종별로 상황이 달라서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 6일 오전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 6일 오전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정부에서 원전설비보다 더 많이 석탄발전소가 늘어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특히 더 늘었다. 녹색성장을 주창하던 이명박 정부 5년간 15기의 신규석탄발전이 추가로 계획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 15기에 더해 12기를 계획에 추가했다. 그 대부분이 가동 중이고 건설 중이다. 현 정부 들어 이 중 2기만 취소했다.

세계가 재생에너지 확대로 나아갈 때 우리나라는 지난 9년간 석탄과 원전 확대계획이 추진되었다. 

경유차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클린디젤’ 정책으로 대폭 늘어났다. 경유차는 수도권 미세먼지 1순위 배출원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유자동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할인, 혼잡통행료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해왔다.

2007년 609만대이던 전국 경유차가 997만대로 급증해 전체 차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경유차 4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현 정부 들어서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했는데 경유와 휘발유 상대가격 조정 등 갈 길이 멀다. 석탄발전과 경유차는 독한 미세먼지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같이 배출되어 건강에 더 해롭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사실이 이러한데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했는데 이제는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고집하면서 고탄소 황색발전을 꾀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현재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의 상당한 책임은 이명박 박근혜, 자유한국당 정부의 석탄발전소 확대정책과 클린디젤 정책의 결과다.

미세먼지 줄이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석탄발전량 줄이는 것

원전은 가동 중에 원인을 알 수 없이 갑자기 멈추는 경우가 많아서 가동률을 보장할 수 없어 석탄발전과 같은 백업설비가 필수적이다. 1월과 2월에만 2기의 원전이 원인을 알 수 없게 갑자기 자동 정지되었고 1기는 자동으로 제어봉이 떨어져 출력이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임시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즉 고준위 핵폐기물은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죽음의 재’라서 임시저장고조차 추가로 확보를 못하고 있다. 수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여러 개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원전은 안정적인 가동을 보장할 수가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쉽고 빠른 건 석탄발전량을 줄이는 것이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대기가 정체되면서 서쪽과 중부지방이 유달리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이유가 있다. 석탄발전소 60기 중 30기가 충남 해안가에 몰려있고 6기는 인천 앞바다에 있다. 충남에 있는 30기의 석탄발전소 미세먼지가 위쪽 수도권과 아래쪽 전라도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은 바다 건너 미세먼지보다 코밑 충남에 30기와 인천 앞바다 영흥도 6기 석탄발전소가 더 큰 영향이다.

봄철에는 난방용 전기소비량이 줄어서 전력 예비량이 많다. 발전설비는 119기가와트인데 봄에는 하루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낮에도 75기가와트 이하로 소비량이 적어서 정비설비를 제외하고도 30기가와트 가량은 여유가 있다.

충남 석탄발전소 30기 설비용량이 18기가와트이고 모두 한전의 100% 자회사인 공기업 세 곳이 소유하고 있다. 정부만 마음먹으면 가동을 중단할 수 있지 않을까.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고, 서해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석탄발전소들을 3월에서 5월 석 달만이라도 가동을 중단한다면 서쪽 미세먼지 농도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노후석탄발전 4기만을 중단하고 발전량을 80%로 제한하는 정도다. 작년에 노후석탄발전 5기 중단한 결과 해당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4분의 1가량 낮아졌다고 하니 충남 석탄발전 30기를 중단하면 더 확실하고 광범위한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감한 정책 추진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힘을 합친다면 석탄발전소를 절반으로 줄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마스크 쓰고, 공기청정기 돌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가. 

지금이 최선인가. ‘가짜뉴스’ 말고 ‘진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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