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이 위축되는 방송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2049 시청률 제고’를 꼽았다. 프로그램 경쟁력을 정상화하고 하향 추세인 수익을 반전시키기 위해 타깃 시청층을 20~40대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지난 5일 사내 인트라넷에 사원들 대상으로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지난 1~2월 지상파 광고 매출은 지난해 대비 28% 하락했다. MBC는 33%로 더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는 걸 감안해도 하락 폭이 크다.

지난 1월 간접·가상광고 매출에서 MBC는 SBS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최 사장은 글에서 “간접·가상광고는 겉으로 보면 액수가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최근에는 광고주들이 ‘간접가상광고’와 ‘프로그램 본 광고’를 연계해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사내 구성원에게 “저는 우리 조직이 수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성에 빠져 있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하는 일이 우리 회사 수익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 수익을 최우선에 두지 않으면 우리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지난 2017년 12월 해직자 복직 행사에 참석한 최승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17년 12월 해직자 복직 행사에 참석한 최승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수익이 위축되는 추세를 반전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간광고 도입과 함께 ‘2049 시청률’을 꼽았다. 최근 MBC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이 세대는 MBC를 “청바지 입은 꼰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최 사장은 “이들이 MBC를 꼰대로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광고주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광고 시청률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들 외면을 받는다는 건 광고 수익에도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최 사장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포함해 MBC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젊은 시청층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확실히 2049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2049세대 시청자를 “전체 시청자 중에서 더 젊고 더 까다롭고 예민한 계층”이라고 설명한 뒤 “특히 2039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이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정도로 영상문법을 꿰뚫고 있다. 그들에게 호평을 받으려면 디자인부터 편집 템포, 내용까지 새롭고 젊어야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프로그램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언급하며 “프로그램 내용에 시대정신이 담겨야 2049 시청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들에게 ‘봐야 할 이유’를 주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아무리 제작비를 쏟아부어도, 아무리 인기 배우가 나와도 ‘성공’이라고 할 만한 큰 호응을 받지는 못한다. 2049시청률이 좋아서 화제성이 폭발해야 광고주 주목을 받는다”고 했다.

MBC도 2049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지난 설 연휴 화제를 모았던 파일럿 예능 ‘구해줘 홈즈’와 시즌1에서 개인방송 포맷으로 신선함을 준 ‘마이 리틀 텔레비전2’ 등이 3월 방송된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도 후배 PD들과 새 프로그램을 협업 중이며 올해 상반기 시청자를 찾는다.

드라마 ‘호구의 연애’도 일요일 주말 드라마를 대신한다. 최 사장은 “주말 드라마는 시청률을 확보해주는 면이 있지만 너무 올드한 시청자 층이 문제”라며 “시청률에서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는 것이 우리 전략”이라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오는 18일부터 오후 7시30분 시작하는 와이드 편성을 앞두고 있다. 최 사장은 “내외에 우려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보도국의 담대한 도전을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 뉴스를 30분 일찍 내서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젊은 시청층을 선점하는 강점이 있는 개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차 “젊은 시청자들 마음을 얻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며 “젊은 시청자의 마음, 그것을 수치화한 것이 2049 시청률이다. 앞으로 우리는 2049에 집중, 집중,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공감할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장 기초적 방법은 젊은 세대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바깥의 젊은이들에게도 듣고 우리 젊은 사원들에게도 들어야 합니다. 젊은 PD들, 기자들, 사원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과 결정권을 줘야 한다”며 자유로운 사내 소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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