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언론인들이 ‘박수환 문자’로 불거진 기사 거래 의혹으로 검찰 고발을 당한 조선일보가 국내 사회복지 모금기관까지 협찬금을 받고 지면을 거래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4년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협찬기사 진행 현황 자료와 공동캠페인 협약서 등을 보면 조선일보는 공동모금회와 해마다 ‘아너 소사이어티’ 협찬기사 계약을 맺었다.

공동모금회 캠페인의 하나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 모임이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자료는 최근 5년간 공동모금회 협찬기사 현황이지만 조선일보와 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 협찬기사 계약은 2014년 이전부터 이뤄져 왔다. 해마다 기획보도 횟수와 협찬액이 일정친 않지만 관행적으로 5~7회 조선일보 지면에 협찬기사를 실으면 1억~1억5000만원을 집행해 왔다는 게 모금회 관계자들 설명이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자료를 보더라도 조선일보와 공동모금회는 2014~2016년까지는 7회의 아너 소사이어티 기획기사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5회의 협찬기사 계약을 맺었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소개 영상.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소개 영상.
공동모금회 입장에서는 개인 고액 기부자를 발굴하고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유력 일간지를 적극 활용한 셈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도 ‘기부금품 모집과 모금회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바로 앞 회계연도 모금총액의 10% 범위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언론이 사회복지 모금 기관과 공동으로 지면을 할애해 기획보도하면서 해당 기사가 지원기관의 협찬을 받고 썼는지 독자에게 상세히 알리지 않았다는 거다. 언론사가 기업이 아닌 모금기관까지 협찬비를 받고 기사를 써줘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가장 기본적 언론윤리는 기사와 광고(기사형 광고)의 분리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5차례 아너 소사이어티 협찬기사를 내보내면서도 지면에 협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특히 2016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2017년까지는 기사 끝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협찬’이라고 밝히다가 지난해엔 2015년 이전처럼 기사만 봐서는 공동모금회 돈 받고 쓴 기사인지 알 수 없다.

▲ 지난해 12월26일자 조선일보 16면. 조선일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찬기사 계약으로 약 1억원을 받았다.
▲ 지난해 12월26일자 조선일보 16면. 조선일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찬기사 계약으로 약 1억원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본지 외에도 공익섹션인 ‘더나은미래’ 별지에도 공동모금회와 아너소사이어티 공동 캠페인 기사로 별도 협약을 맺었다. 2016년 1월25일 공동모금회와 조선일보 계열사 더나은미래가 작성한 협약서에 따르면 모금회는 더나은미래에 캠페인 취재와 지면 제작 1회 협찬료로 150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협약서엔 ‘협찬금 지급 방법’으로 “모금회는 협찬금을 보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한다”며 “모금회는 협찬금을 더나은미래가 지정하는 은행구좌(기관명의 법인통장)로 현금 입금한다”고 돼 있다.

협찬 받고 썼다고 알려도 언론윤리상 문제가 남는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 1조는 언론의 자유·책임·독립으로 ‘사회·경제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규정하고, 편집지침에도 기사와 광고는 구분토록 해 이를 위반하면 심의·제제한다.

한국자율광고심의기구의 ‘기사형광고심의규정’에도 “기사형광고는 ‘광고’라는 명시 없이 ‘특집’, ‘기획’, ‘신상품소개’, ‘협찬’, ‘소비자정보’, ‘스폰서특집’, ‘스폰서섹션’, ‘Promotion’ 같이 기사로 오인할 표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광고나 협찬 등 언론사가 기업 등으로부터 후원, 협찬을 받고 기사를 게재하는 경우’와 관련해 “법 8조 3항 3호의 정당한 권원에 해당 시 허용될 것이며, 정당한 권원은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 구비가 필요하다. 특히 후원, 협찬에 따른 기사 게재 시 광고성 기사임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 지난 2016년 1월26일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별지 1면. 공동모금회와 조선일보 계열사 더나은미래가 작성한 협약서에는 ‘취재와 지면 제작 1회 협찬료로 1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나와 있다.
▲ 지난 2016년 1월26일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별지 1면. 공동모금회와 조선일보 계열사 더나은미래가 작성한 협약서에는 ‘취재와 지면 제작 1회 협찬료로 1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나와 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우리는 매년 11월부터~1월까지 집중모금 캠페인을 하는데 그때 아너 소사이어티나 주력 캠페인을 신문에 기부미담 사례로 싣기 위해 1년에 두세 개 언론사와 공동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 아닌 협찬으로 지급하는 이유를 “우린 신문에 광고를 하지 않고, 캠페인 목적이 기관 홍보가 아니라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기부자들 얘기를 싣기 위함”이라며 “신문광고비용에 준해 협의하지만 거기엔 미치지 못하고, 언론사마다 협찬액도 달라 금액이 정해져 있진 않다”고 했다.

공동모금회는 언론윤리를 고려하더라도 모금회가 일반 기업처럼 신상품 홍보 등 영리목적이 아닌 나눔문화 활성화 목적의 협찬비라서 ‘공익성’을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모금회는 “금액을 떠나 캠페인을 알리려고 매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고, 언론사는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전면 톱으로 실어주기엔 채산성 문제가 있어 (협찬 없이는) 우리 바람대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도해줄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사에 협찬임을 명시하는 것이 맞고 캠페인 공익성을 생각한다면 외려 사회적 공기 역할을 하는 언론이 지면을 기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에도 사회복지기관과 기사협찬 계약의 적절성과 협찬비 책정 기준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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