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을 때 국내 매체들은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예정에 없었던 돌발적인 일정 탓에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복장도 채 갖추지 못했다. 숙소에서 쉬다가 체육복 입은 채 나오거나 상의는 정장을 걸치고 하의는 반바지를 입은 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긴급기자회견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행운은 철수를 하지 않고 때마침 멜리아 호텔 주변에 있었던 기자들의 몫이었다. 0시 15분경 시작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매체는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연합뉴스TV 뿐이었다. 나머지 언론매체는 호텔 밖에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 결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상황에서 북측의 입장은 전 세계를 타진할 수 있는 뉴스로 통했다. 매체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현장이었던 셈이다.

북한의 긴급기자회견 개최 소식은 1일 밤 11시경 전해졌다. 많은 기자들이 개최 소식을 접하고 기자회견장을 들어가려고 했지만 극소수 매체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북측이 선별적으로 기자를 들여보냈기 때문이다. 북측이 선별적으로 취재를 허락하는 과정에서 YTN과 연합뉴스TV는 신경전을 벌였다.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YTN 영상촬영기자에 따르면 긴급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멜리아 호텔 앞에 도착했지만 수십 명의 취재 기자들은 호텔 맞은편 측면의 펜스에 가로막혀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 등 보안 문제로 호텔 앞 도로와 인도까지 통제됐기 때문이다. 펜스 앞에서 호텔로 들어가려는 기자들과 이를 통제하려는 베트남 공안과 북측 관계자가 대치했다. 북측 관계자는 YTN를 불렀고, 기자 신원을 물은 다음 출입을 허락했다. 하지만 연합뉴스TV 기자가 뛰쳐나가 호텔로 들어가 버렸다는 게 YTN의 주장이다.

▲ 지난 1일 연합뉴스TV가 보도한 북한 기자회견 보도 갈무리.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 지난 1일 연합뉴스TV가 보도한 북한 기자회견 보도 갈무리.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북측이 취재를 선별한 매체한 YTN이었는데 연합뉴스TV 기자가 들어가면서 취재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YTN은 연합뉴스TV에 강하게 항의했다. YTN 기자는 “펜스 앞에 도착했을 때 수십 명의 취재진이 있었고, 앞에서 YTN를 부른다는 얘기를 들어 이동해서 북측 관계자로부터 신원을 확인하고 ‘들어오세요’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연합뉴스TV 기자가 들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북미정상화담이 경찰 브리핑 수준도 아니고 전 세계에 타진되는 현장인데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긴급기자회견의 취재원은 리용호와 최선희였고 모든 매체의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북측이 YTN를 부른건데 기본적인 취재룰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 측 주장은 180도 다르다. 자신들도 북측에서 취재를 허락했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TV 기자는 “사실과 다르다. 펜스 앞에 도착해 북측 관계자로서 신원을 확인하고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공안에 막혀 있었는데 그때 YTN이 카메라를 들고 밀고 들어오자 북측관계자가 ‘YTN 들어와라’고 했지만 도로 통제선에 막혀 있었다”며 “저희는 인도 펜스 쪽으로 이동해 북측관계자에게 ‘연합뉴스 들어오라고 하지 않느냐’라고 말을 하고 명찰을 보여줬고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방송이라 카메라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나머지 한명까지 출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취재 허락을 받은 상황을 YTN이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YTN는 연합뉴스TV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연합뉴스TV는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YTN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취재 현장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현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갈등이 커진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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