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태프노동조합(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이하 방송스태프노조)이 드라마 스태프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장시간 촬영을 요구한 KBS를 상대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음에도 현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KBS 측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특별협의체’에 참여해 드라마 제작사들과 협의하는 등 드라마 촬영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협의체는 지난해 11월 전국언론노조가 드라마 노동 현장의 장시간 제작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협의체다. 현재 지상파 3사가 참여해 드라마 노동 현장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방송스태프노조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노동청에 KBS 2TV의 5개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에도 해당 드라마 제작사에서 턴키계약을 맺는 등 현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턴키계약은 방송 스태프 개인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조명, 카메라 같은 각 팀의 대표인 감독과 통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방송스태프노조는 지난 4일 “현재 KBS에서 방영하는 모든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고용부 특별근로감독을 무시하고 턴키계약을 강요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하루 16시간이 넘는 장시간 촬영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 2TV 드라마 제작사들은 특별근로감독 요청 이후에도 방송 스태프들을 상대로 1일 근로시간에 대한 표기가 없고 임금 지급 항목에 잔업·야간수당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을 맺고 있다”며 “제작사는 이 계약을 거부하는 스태프에게 임금을 미지급해 생계 곤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스태프노조는 이런 행위를 하는 제작사로 KBS 2TV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제작사 지담, ‘국민 여러분’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원콘텐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제작사 GNG, ‘왼손잡이 아내’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등을 지목했다. 방송스태프노조는 “제작사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면 KBS 측은 드라마 촬영 현장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S 드라마국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TV 드라마 5개의 제작사가 모두 다르고 제작자들이 스태프들과 조건을 협의 중”이라며 “일부는 이미 합의돼 계약서를 체결하고 임금도 지급했다. 예전처럼 무조건 턴키계약을 강요하고 이에 반발하면 임금을 체불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현장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KBS는 노동 환경 개선에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KBS가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개선 특별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개선 특별협의체에서 드라마 노동 현장 가이드라인 등을 제작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까지 함께하는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관행적이었던 도급계약(턴키계약)을 한 번에 바꾸기 어렵다는 건 안다”면서도 “그러나 방송사에 진짜 현장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다면 개선협의체에 임하는 것 외에도 실질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현장 스태프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