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이 취임하고 MBC 뉴스데스크가 정상화를 선언한 지 1년2개월이 지난 가운데 MBC 보도를 되돌아보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다. 

이슈 자체를 회피하거나 공방 주장을 나열하는 보도가 여전하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비리 유치원’, ‘김용균씨 사망 사고’, ‘버닝썬 특종’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 4일자 노보에서 MBC 보도본부 현 상황을 점검했다.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 팩트체크와 현장성을 강화한 코너, 약자들의 입장을 반영한 꼭지들이 신설되고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자리 잡았지만 시청자 평가는 냉정했다고 평가했다.

▲ MBC 뉴스데스크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보도. 사진=MBC 화면
▲ MBC 뉴스데스크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보도. 사진=MBC 화면
지난해 9월 시사저널의 언론매체 조사에서 MBC는 영향력 부문 5위, 신뢰도 부문 7위로 전년보다 한 단계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해 시사IN 조사에서도 MBC 뉴스데스크는 신뢰도 0.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체 불신도는 7.6%로 신뢰도(3.1%)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시사IN은 “눈에 띄는 점은 MBC 프로그램의 ‘실종’이다. 신뢰도가 높은 상위 5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2007년 결과부터 비교해 살펴보면 MBC 프로그램이 상위 5순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도 노보에 “보도본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실망과 냉소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슈 자체를 회피하고 공방 주장을 나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논란 등에서 MBC가 공방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민실위는 “공영방송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해야 한다”며 “복잡한 이슈 한 가운데 뛰어들어야 한다. 이슈 자체를 회피하거나 공방 주장을 나열하는 피상적 보도로는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중심을 잡고 시청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사건의 본질, 핵심을 짚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도 면면을 보면 ‘의제 설정’에서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회계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던 MBC 보도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2018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태안화력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사망한 노동자 김용균씨를 조명한 보도도 인권보도상을 수상하는 등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논란이 된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연속 보도 중이다.

▲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 페이스북.
▲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 페이스북.
최승호 MBC 사장 체제를 흔드는 이들에게 MBC 뉴스 시청률 부진은 호재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저만 나가면 ‘다시 좋은 친구 된다’며 잘 배운 멀쩡한 분들이 거짓말하고 패악을 부리고 다른 이들 인격을 짓밟고 인간성과 자존심을 버렸으면 잘 사셔야지 이게 뭔가”라며 “1%가 뭡니까. 혀를 차기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치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전국 기준)에 불과했다는 MBC제3노조(‘MBC노동조합’) 성명을 인용한 월간조선 기사를 공유하면서 밝힌 글이었다.

제3노조가 지목한 2월24일은 일요일로 주말 오후 8시대 방송사 뉴스들은 시청률 45%를 상회하는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5일 “KBS 드라마 강세로 타 방송사 뉴스 시청률도 저조하다”면서도 “다만 최근 MBC 보도는 의제 설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비리 유치원이나 김용균씨 보도들은 정책 입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MBC 노사의 단체협약 체결로 ‘국장 책임제’ 등 보도 독립성을 강화하는 장치가 마련됐고 앞으로 평기자도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이제는 MBC 뉴스 철학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실위는 “‘국장책임제’와 ‘편집회의 공개’는 권한과 책임이 평기자들에게까지 확대된다는 뜻”이라며 “에디터와 팀장들부터 평기자들까지 공부하고 취재한 결과를 놓고 치열하고 자유롭게 토론해야 한다.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공영방송 저널리즘 철학과 역할에 묻고 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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