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씨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았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A씨의 핸드폰에는 이 문자가 사이렌과 함께 ‘긴급 재난 문자’로 도착했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장소에 있던 B씨의 핸드폰에서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 ‘안전 안내 문자’로만 같은 내용이 전달됐다.

단말기 차이였다. 애플사가 제조한 아이폰은 재난문자 채널 적용이 되지 않는다.

▲ 3월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문자. 위쪽은 아이폰이 아닌 핸드폰으로, '안전 안내 문자'로 온다. 아이폰의 경우는 재난 문자 채널 적용이 안돼서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도 '긴급 재난 문자'로 온다. 사진=정민경 기자.
▲ 3월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문자. 위쪽은 아이폰이 아닌 핸드폰으로, '안전 안내 문자'로 온다. 아이폰의 경우는 재난 문자 채널 적용이 안돼서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도 '긴급 재난 문자'로 온다. 사진=정민경 기자.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의 긴급성에 따라 △위급 재난 문자 △긴급 재난 문자 △안전 안내 문자를 나눠 발송한다. 위급 재난 문자나 긴급 재난 문자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문자가 온다. 안전 안내문자는 폭염, 황사, 미세먼지 등 기상특보 위주의 내용이 담기며 일반 문자처럼 진동 여부나 벨 소리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은 모든 재난 문자가 ‘긴급 재난 문자’로 수신된다.

아이폰의 이런 특징은 기존 ‘재난 문자 남용’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끼게 한다.

행정안전부는 애플 코리아에 이런 문제점에 협조해달라는 의견을 전했지만 애플 코리아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4일 행정안전부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애플 코리아를 통해 재난문자 채널을 다양화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 코리아는 5일 미디어오늘의 문의에 “긴급재난문자 및 정부 경보를 구분 없이 하나의 알림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다만 애플 코리아는 긴급재난문자나 안전 안내 문자의 알람을 끄는 방법은 있다고 알려왔다.

아이폰에서 알림음을 끄려면 ‘설정’의 ‘알림’으로 이동해 ‘한국 공공 경보 수신 설정’ 버튼을 해제하면 된다. 이 설정을 이용하면 긴급재난문자를 받더라도 알람 소리를 끌 수 있다. 다만 ‘위급 재난 문자’의 경우에는 설정을 사용했더라도 사이렌 알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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