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이자 언론보도 피해자인 홍가혜씨가 5일 경찰·검찰·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홍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소송은 국가가 명예훼손죄를 남발해 일반인의 입을 막고 언론을 통제하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2014년 당시 자신을 허언증 환자로 몰았던 가짜뉴스의 시발점인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반드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2014년 4월18일 세월호 참사 당시 MBN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잠수부들에 대한 인력·장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해양경찰청장, 세월호 담당자들 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구속 기소돼 무려 101일간 CCTV가 24시간 돌아가는 목포교도소 독방에 있었다. 이후 홍씨는 긴 소송 끝에 2018년 11월29일 대법원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홍씨의 인터뷰 발언내용 대부분이 사실이고 당시 팽목항의 현장상황을 전한 것으로 해경 등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홍씨는 기자회견문에서 “경찰과 검찰이 홍가혜 인터뷰가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거나 당시 팽목항 현장에서 나왔던 발언들을 전한 걸 잘 알면서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수사했고, 특히 대법원 법리에 따르면 피해자로 볼 수 없는 국가기관인 해양경찰청장을 피해자로 적시하거나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명예훼손의 피해자특정이 불가능함에도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했다는 점이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다”며 홍씨가 국가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홍씨는 “4년6개월이 넘는 재판기간동안 허언증환자, 거짓말쟁이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고 무죄판결을 받은 현재까지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위법·부당했던 수사와 재판과정에 대해 국가기관의 잘못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물어 국민의 입을 막는 부당한 수사와 재판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사에 관여했던 경찰관들 중 일부, 수사검사 그리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 3월5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홍가혜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서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 3월5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홍가혜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서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홍씨는 “경찰과 검찰은 내가 팽목항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는 걸 수사과정에서 확인했음에도 나를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고 민간잠수사들을 입막음하고자 했다”며 “당시 경찰과 검찰, 그리고 대한민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석에 서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피고인석에 서야할 이들은 국가였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위법적인 국가행위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김용호씨, 반드시 구속돼야”

홍씨는 이날 자신과 관련한 가짜뉴스의 시발점이었던 스포츠월드 전 기자 김용호씨의 구속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호씨는 2014년 4월18일 홍씨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저는 홍가혜 수사했던 형사에게 직접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인터넷에 알려진 것 이상입니다. 허언증 정도가 아니죠.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여자입니다”라며 각종 허위사실을 적시했해 홍씨를 언론보도 피해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김씨는 스포츠월드에 ‘내가 홍가혜의 정체를 공개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자칼럼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던 홍가혜는 성공을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과 달랐으며, 그 결과 지난해 홍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김씨의 명예훼손을 인정해 1000만원 손해배상판결을 선고했다. 김씨는 현재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홍씨는 “오랜 시간 김용호씨가 왜 그랬을까 고민했다. 해경이 구조를 막고 있다는 발언 이후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던 유일한 증거가 김용호씨의 주장이었다. 검경이 당시 수사과정에서 나에대한 김용호씨 주장이 허위라는 걸 알고도 무시했는지, 아니면 속았는지 이번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홍씨는 “김용호씨는 나에 대한 마녀사냥을 유도했다. 김용호씨는 반드시 구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호씨의 책임에 대해선 왜 아무도 묻지 않고 있나”라고 지적한 뒤 검찰을 향해 “봐주기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너무 오랜 시간 수사가 지체되어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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