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보고 판단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마틴 윌리엄스 기자가 말했다. 그는 38노스 기자이자 북한 IT기술을 다루는 노스코리아테크라는 사이트를 운영한다. 2016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사이트를 차단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지난 4일 미디어오늘이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마틴 윌리엄스를 만났다. 

마틴 윌리엄스는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연설을 했다. 내 지인들은 직접 볼 수 있는데 한국인들은 한국 언론을 통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걸러지면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거나 재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있다. 때론 북한 보도를 직접 보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마틴 윌리엄스 기자. 사진=금준경 기자.
▲ 마틴 윌리엄스 기자. 사진=금준경 기자.

그가 한국의 인터넷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신이 운영하는 북한IT기술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차단되면서다. 서울에서 접속하면 ‘Warning’ 메시지가 뜬다는 연락을 받고 놀랐다고 했다.

“북한을 찬양 고무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북한의 기술, 정세를 분석하는 사이트인데 행정기관이 차단을 했다고 해서 매우 놀랐다.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알지 못해 국가보안법에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내 사이트는 국가보안법 위반도 아니었다.”

노스코리아테크에는 미국 광명성 발사 실패,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와 3G통신 개통 현황, 북한 태블릿 사용후기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 “북한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사이트를 차단했고 남한은 노스코리아테크를 차단했다. 두 국가 모두 인터넷 검열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마틴 윌리엄스가 소송을 결심한 이유는 방통심의위의 불통이 한 몫 했다. “차단 당할 당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차단된 이유도 몰랐고, 이의제기 절차도 알지 못했다. 이건 투명성의 문제였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국의 통신 검열에 맞서온 시민단체 오픈넷에 도움을 요청해 소송을 시작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국가정보원이 과잉 조치를 요구했고 방통심의위가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게 문제였다. 정권이 바뀐 다음 방통심의위는 상고하지 않아 소송은 2심에서 끝났다. 프리덤하우스가 2017년 한국을 인터넷 부분자유국으로 분류하며 노스코리아테크 사례를 언급했다. 세계적 망신이었다. 

소송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입장을 내거나 사과한 적 있냐고 물었다.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 마틴 윌리엄스 기자가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를 보여주며 북한 IT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마틴 윌리엄스 기자가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를 보여주며 북한 IT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설령 문제 있는 해외 사이트라도 접속 차단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블로킹(사이트 차단)은 매우 큰 해머를 사용하는 거다. 모든 걸 차단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는 것. 

그는 “다른 나라의 정보를 다뤘다고 막는 경우는 내가 아는 한 없다. 해외에선 아동포르노나 마약을 다루는 곳이 아니면 사이트 전체를 막지 않는다”며 “(사이트 차단이나 폐쇄도) 보통 법원이 명령을 내리는 경우 이뤄진다. 한국처럼 행정심의를 하는 곳은 흔치 않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가 Https차단을 시작한 데 대해 마틴 윌리엄스는 “문제는 통신심의다. 차단 기술 개발 자체는 비판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우회기술이나 보완기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틴 윌리엄스 기자가 주로 취재해온 북한 IT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그는 “현재 북한의 스마트폰, IPTV, 태블릿 등이 대부분 중국산이다. 휴대폰은 20% 정도 상용화돼 있는데 평양 외의 지역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요한 사실은 감시 문제다. 보통 사업자가 문제라면 북한은 정부의 온라인 감시가 문제”라고 했다.

북한과 관련한 오보는 외국 기자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도 북한 미디어를 통하는 등 간접 취재 방식을 주로 쓴다. 그는 “(미국에서도) 놀랄만한 보도가 많다. 북한은 하나의 헤어스타일만 할 수 있다는 식의 멍청한 기사가 많다. 북한은 어려운 국가다. 100% 진실을 알 수 없다. 어떤 기사에도 코멘트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추측으로 보도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통역=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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