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에선 노조 필패” 

기독교계에서 쉽게 깨지지 않는 명제다. 지난 2002년 기독교 기관지 중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했던 한국기독공보(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지) 노조는 4년 만에 해산했다. 기독공보 노조는 당시 “노조를 통해 이루려던 공의는 기독공보 전체의 몫”이라며 “임직원이 함께하는 직원협의회로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스스로 존재를 지웠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문도 2003년 노조를 설립했지만 6년 만에 사라졌다.

그보다 앞서 1991년 평화방송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노조원 27명을 대량 해고했다. 이는 1975년 동아투위 사태(134명) 이후 단일 언론사에선 가장 많은 해고자를 낸 사건이었다. 당시 시민사회가 나서 가톨릭 교단 등에 중재노력을 했지만 노조는 깃발을 내려야 했다.

현재 교단지 유일한 노조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교단지인 기독교타임즈 노조다. 지난해 4월 조합원 6명 전원이 해고 등 중징계를 받은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1월31일과 지난달 22일 이후 기자 두 명이 모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사이 나머지 기자들은 싸움에 지쳐, 희망이 보이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어떠한 언론이나 단체도 이 사태를 주목하지 않고 있다.

기독교타임즈는 지난달 22일 발행인(전명구 감독회장)과 사장(송윤면) 명의로 신동명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장에게 해임통보했다. 지난해 10월23일부터 무단결근했다는 게 징계이유다. 같은 이유로 지난 1월31일 김목화 기자도 해임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왜 두 번이나 해고를 당하게 됐을까.

▲ 신동명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장이 지난달 22일 해고통보를 받았다.
▲ 신동명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장이 지난달 22일 해고통보를 받았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독교타임즈가 감리회의 대표인 전명구 감독회장을 비판하면서 편집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감독회장 선거 당시 전 감독회장 후보 캠프에서 ‘전국을 돌며 돈을 건냈다’는 증언을 전한 같은해 10월 기사는 교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감리회는 2018년 기준 교인 수 약 131만(미주연회 미포함), 교회수는 6402개로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교단이다. 경상비 약 8000억원 중 1%가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로 올라온다. 다른 교단과 달리 중앙집권체제로 유지하므로 이를 통솔하는 감독회장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감리회의 대통령이라 볼 수 있는 감독회장 선거는 4년에 한 번씩 있다. 감독회장 선거에 전국의 목사와 장로 조직이 대거 참여한다.

감독회장 후보로 나섰던 강문호 목사는 선거운동 기간 중 감리회 40여개 그룹에서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8억원까지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지난 2013년 폭로했다. 지역마다 목사·장로 조직을 연결하는 브로커들이 있고 이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는 ‘금권선거’의 규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기독교타임즈 보도는 강 목사의 양심고백 이후에도 개혁하지 못한 감리회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 전 감독회장의 금권선거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32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금권선거’ 등의 이유로 전 감독회장의 당선이 무효라며 “전 감독회장의 지위는 부존재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감독회장 선거가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지자 감리회나 기독교타임즈 경영진은 기자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 송윤면 사장은 보도 직후인 지난 2017년 10월26일 기자들을 불러 비판 기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당시 녹취록을 보면 송 사장은 “내가 계속해서 감독회장에 총 쏘지 마라, 칼끝을 대지마라(라고 했다)”며 “신동명 국장(직무대리) 네 존재감, 기독교타임즈 존재감 다 드러냈다. 이 선을 넘으면 경영에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전 감독회장도 같은해 6월 신문 1면 아이템 등을 지적했다.

기독교타임즈분회는 이를 편집권 침해로 규정했다. 기자들은 지난해 2월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교계언론에 도움을 요청했다. 교계 언론이 이를 완전히 외면한 건 아니었지만 관심은 미약했다. 전 감독회장은 지난해 3월 기독교타임즈 이사회에서 “(노조의 주장이) 일단 (다른) 신문에 안 나가니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같은해 4월 기자들이 해고됐고, 이후 전 감독회장이 직무가 정지됐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던 기자들이 같은해 7월 복직했다.

복직시키고 임금은 주지 않는 감리회

감리회(당시 감독회장 직무대행 이철)는 기자들에게 복직결정만 내렸다. 월급도 나오지 않았고, 4대보험도 회복이 안 됐다. 감리회는 이들의 복직 행정처리를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기 돈을 써가며 신문을 만들어야 했다. 해고 이전에 계약했던 책 작업이나 기독교타임즈 지면 인쇄비 미수금을 처리하기 위해 자비로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감리회에서 돈을 받았다. 기독교타임즈 경영진은 최근 기자들과 임금체불 건을 다투는 와중에 이를 기자들의 ‘횡령’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 주간지인 기독교타임즈
▲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 주간지인 기독교타임즈

기독교타임즈분회는 복직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수차례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원직복직을 이행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10월10일자 공문을 보면 “서울지노위 화해조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아야 할 ‘임금상당액’, 노무제공에 따른 급여 지급을 즉각 이행해달라”며 “10월 임금지급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2인의 근로자(기자들)는 더 이상 노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감리회는 끝내 답이 없었고, 이후 기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임금체불 진정 질질 끄는 노동청

송윤면 사장은 기자들의 복직을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았다. 복직 직후인 지난해 8월 기독교타임즈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들은 신동명·김목화 기자의 복직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지노위의 도움에도 기자들은 취재에 전념할 수 없었다.

두 기자는 노동청에서도 외면당했다. 지난 2017년 말 두 기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 원래 임금체불 진정은 25일 내에 처리해야 하고 1번 연장(25일)할 수 있다.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다면 1번(25일) 더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청은 1년간 사건을 끌다가 지난 1월에서야 사건을 확정했다. 그나마도 기자들이 수차례 요청한 결과다. 이들은 “노동청이 노동자 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실에선 당사자들 동의를 구해 연장하는 사안은 거의 없고 6개월 이상 지연되는 사건도 많다”며 “그렇다 해도 뾰족한 제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청 진정 만으로는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정지되지도 않는다. 즉 최근 3년치 체불임금만 진정대상이 되는데 노동청이 사건을 질질 끌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몫이다. 신동명 기자의 경우 진정이 1년 이상 연기되면서 2015년 체불임금은 진정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노무사는 “이를 막으려면 소송을 걸거나 압류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이미 잃은 신뢰는

2명의 기자는 복직 후 약 3개월간 20~24면짜리 신문을 사비를 써가며 만들었다. 밤을 새며 만든 신문을 옛 독자들에게 보냈다. 김 기자는 “제일 속상했던 게 교회에 신문을 보내면 목사님들도 신문을 안 보겠다고 했다”며 “신문의 논조가 계속 바뀌고 갈등이 있으니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다시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신문사로 돌아가더라도 독자들이 돌아올지 의문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 기독교타임즈 사무실에서 기독교타임즈 정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모습.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 기독교타임즈 사무실에서 기독교타임즈 정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모습.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이번사태는 감리회 뿐 아니라 교계 전반에 울리는 경종일지 모른다. 기독교는 성직자의 역할이 크지 않은 종교다. 게다가 누구나 성경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시대다. 기독교인 수는 줄고 있는데 목사와 장로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목사와 장로들이 출신학교별로 파벌을 이루고 지역별로 조직을 만들어 권력장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재정기반인 헌금은 교인들 뿐 아니라 국가의 감시도 받지 않고 있다. 수십억의 예산이 도는 감리회 본부는 이렇다 할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전락했고, 교단지는 이를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징계해고라는 낙인이 찍힌 2명의 기자는 일단 명예를 회복하는 일밖에 할 수 없다. ‘노조 필패(必敗)’라는 말이 와 닿을 만큼 조용하다.


송윤면 기독교타임즈 사장 “편집권 침해한 적 없다”

미디어오늘이 기독교타임즈 사태를 처음 다룬 건 지난해 5월이다. 이후 미디어오늘은 수차례 송윤면 기독교타임즈 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번 사태의 주요 책임자였지만 송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말을 아끼다 최근 “문제가 해결돼간다”며 입을 열었다. 송 사장은 지난 1월 사직의사를 밝히기도 할 만큼 자신 역시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기자들은 이번 사태의 시작이 ‘편집권 침해’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송 사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에 “편집권을 침해한 적 없다”며 “국장에게 모든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입장과 같다. 기독교타임즈 사측은 지난해 2월 입장문에서 “사장은 편집권 독립을 이유로 최대한 신문 제작에 간섭하지 않았고, 단 한 차례도 특정 기사를 빼거나 수정하도록 지시한 일이 없다”고 밝혔으며 “발행인 역시 신 국장 직무대리를 불러 한 차례 유감의 뜻을 표시한 바 있으나 어떤 기사를 빼달라거나 수정하라 지시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두 기자의 징계를 요청한 것 역시 송 사장이다. 그는 “감리회에서 두 사람을 (지난해 7월) 복직시켰으니 복직이 된 거지만 기독교타임즈에선 감리회가 복직절차를 무시했다고 판단해 이사회 회의에서 복직이 불법이라고 했던 것”이라며 “두 기자는 장기간 무단결근을 해 징계안을 올렸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임금체불에 대해선 “10월 이후엔 출근을 안 하니 봉급을 줄 수 없었다”며 “(그 이전 급여는) 감리회 본부에서 관여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임금을 주는 업무는 감리회 본부 업무다. 그는 이어 “임금체불이 있긴 하다”며 “언론사가 넉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자들이 주장하는 금액이 너무 많다며 “터무니 없어 당장 주지 못한다”고 했다. 기자들이 야간수당 등을 주장해서다.

송 사장은 그간 미디어오늘 보도에 대해 “일부 진실이 있지만 70% 정도는 허위”라며 “구체적으로 더 말하고 싶진 않다”고도 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자신도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송 사장은 “후임 사장을 뽑고 나는 시골에 작은 교회에 가서 목회하고 싶다”며 “다만 지금은 (전명구 감독회장의 선거무효 선고 등의 이유로) 홀딩이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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