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을 갖고 스스로 판단해서 국익, 국격을 위해 옳은 일이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나가기를 바란다.” 이순신 장군이 했을 법한 이 말을 한 사람은 최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김현종 차장은 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 말을 했다.

김현종 차장이 누구인가. 노무현 정부 때 한미FTA 협상부터 오랜 기간 이 나라 통상교섭가로 열 일을 한 사람이다. 그가 이임식에서 남긴 주옥 같은 발언을 조선일보가 5일자 B5면에 “호시탐탐 한방 먹인 주변국 잊어선 안돼”라는 제목으로 소상히 기록으로 남겼다.

▲ 한겨레 5일자 18면
▲ 한겨레 5일자 18면

김현종, 이임사에서 “국익 위해 양보없이 싸워라”

▲ 조선일보 5일자 B5면
▲ 조선일보 5일자 B5면

김현종 차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국제 정세 격변기에 빈틈만 보이면 호시탐탐 한 방 먹이고, 한몫 챙겨간 주변국들과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이 2016년 2월 인천 계양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에 출마선언을 하자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성명을 내고 “위키리크스 문건에 김 전 본부장은 미국계 초국적 제약회사에 불리한 ‘약가 적정화 방안’이 한국에서 시행되지 않게 노력했고, 이 정책이 청와대와 논의 중이란 것을 미국 대사관에 미리 귀띔까지 해줬다고 한다”며 “한·미 FTA 협상에서 국익을 위해 일한 인물인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김 차장이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때에도 “‘북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개성공단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이런 발언을 한 김 전 본부장은 평화도시 인천이라는 곳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인물이 다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옮기면서 “빈틈만 보이면 호시탐탐 한 방 먹였던 주변국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임식에서 ‘협상가들이 세계를 상대해서 결과를 잘 내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까지 인용해 “국익, 국격을 위해 옳은 일이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차장은 “노병은 사라져도 그가 꿈꾼 전략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최근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통상 환경은 잠시 국지적으로 이는 파도가 아니고 긴 시간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조류”라고 말했다.

‘북한에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그가 남북 경협과 통일문제를 다루는 국가안보실 2차장이 됐다.

왜 삼성 직업병 기사는 한겨레·경향신문에만 보일까

한겨레신문이 4일자 1면에 ‘반올림 시즌2’를 예고하는 기사를 썼다. 반올림림이 지난해 중재안이 포함되지 않은 신규 제보 220건을 분석해 이 가운데 14명을 집단 산재 신청한다는 소식이었다.

한겨레는 반올림이 4일 산재 신청을 하는 기자회견을 여는데 4일자 아침신문에 1면과 9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9면에도 ‘반도체부문 아니라고, 시기 지났다고… 보상밖 피해자 수두룩’이란 제목으로 신규 제보 220건을 분석한 해설기사를 전면에 걸쳐 실었다.

▲ 한겨레 4일자 1면(위)과 9면
▲ 한겨레 4일자 1면(위)과 9면

4일 기자회견을 잡아놓고 그 전에 특정한 한 언론사에 관련자료를 넘겨 긴 해설기사까지 당일 아침신문에 실렸다면 여느 언론사라면 물 먹은 거나 마찬가지다. 4일자 한겨레 다 실린 내용을 갖고 하는 기자회견을 외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좀 달랐다.

경향신문은 5일자 10면에 ‘삼성 직업병 피해자 14명, 14번째 딥단 산재신청’이란 제목의 기자회견 소식을 4단 기사로 보도한데 이어 이날 ‘노동자가 일하다가 얻은 질병은 모두 직업병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지난해 11월 중재안이 나온 이후 신규 제보한 22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1명이 중재안이 정한 대상 질병과 사업장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삼성전자로부터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소개했다. 잠시 물 먹은 상심보다는 독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 기사와 사설로 반올림 시즌2를 전하는 경향신문의 결단이 돋보인다. 앞으로 이어질 반올림 시즌2 과정에서 경향신문의 용기는 반드시 보상 받을 것이다.

▲ 경향신문 5일자 10면(왼쪽)과 사설
▲ 경향신문 5일자 10면(왼쪽)과 사설

반올림 시즌2 기사는 주요 일간지 가운데 4일자 한겨레와 5일자 경향신문에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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