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되고 홍준표는 안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인의 유튜브 슈퍼챗 후원을 금지하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발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말 정치인들에게 배포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정치인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할 때 유튜브의 ‘슈퍼챗’ 등 사람이 직접 돈을 건네는 방식의 실시간 후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4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해당이 안 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해당된다는 점을 부각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유시민 알릴레오는 되고 홍카콜라는 안 된다고 한다. 군사정권 때도 이런 후안무치한 짓은 하지 않았다”며 “단돈 1원도 받지 않는 나를 정치자금법 위반 운운하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정권 말기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주장과 달리 정치인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유시민 이사장이 가이드라인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정치인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그가 정치인 출신인 데다 정치적 현안에 입장을 밝힌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법적인 판단은 그렇지 않다.

▲ TV홍카콜라 화면 갈무리.
▲ TV홍카콜라 화면 갈무리.
2010년 대법원은 “정계은퇴 선언 후 정당이나 선거조직과 직접적 인적, 물적 유대관계와 당적, 공직 없이 시국선언 동참, 입법청원, 정치관련 연구기관 이사장 재임 등 특정 사안에 관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고 정치현안을 공론화하는 정도의 활동을 한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판례를 남겼다.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 정치 현안에 발언하는 유시민 이사장을 정치인이 아니라고 본 근거다.

TV홍카콜라와 유시민 이사장이 출연하는 노무현재단 채널 성격의 차이도 있다. TV홍카콜라는 홍준표 대표가 본인의 이름을 내세워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데 반해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콘텐츠는 노무현재단 채널 소속으로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든 채널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힘들다.

일부 언론은 유시민 이사장이 은퇴를 번복하면 지금까지 번 돈이 문제 있는 정치자금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하면서 수익을 부각했다. 4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김진 진행자는 “유시민 이사장이 유튜브로 버는 수익은 대략 월 2000만원 이상이라는데 유시민 이사장이 정계 복귀하면 이 수익금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논란”이라고 했다.

▲ 유시민의 ‘알릴레오’ 화면 갈무리.
▲ 유시민의 ‘알릴레오’ 화면 갈무리.
가이드라인이 정계 은퇴 번복에 따른 맹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2000만원에 달하는 노무현재단 채널의 월 수익금은 이번 논란과 무관하다. 선관위가 금지하는 대상은 라이브 채팅 중 이뤄지는 후원인 슈퍼챗이다. 정치인이든 아니든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버는 건 문제가 없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금까지 라이브 방송을 한 적이 없어 슈퍼챗 수익은 없다.

따라서 선관위가 특정 정치인을 의식해 오버 하거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판단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주목할 대상은 선관위의 해석 자체가 아니라 해석 근거인 정치자금법이다. 왜 선관위는 슈퍼챗을 금지하려 할까.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은 공식 후원계좌외 정치자금 모금을 금지하고, 법인과 단체의 기부를 금지하고 후원액에도 상한선을 두는데 슈퍼챗이 이를 우회하는 기능이 있어서다. 유시민이 정치인이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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