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 가상화폐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상장을 앞두고 있고, 업체가 발행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많게는 5배까지 수익으로 돌려준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사기 정황이 다분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은 관련 업체를 홍보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다.

문제의 회사는 코인업이라는 가상화폐 업체다. MBC는 지난달 14일 코인업의 투자설명회 등을 취재해 코인업의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MBC에 따르면 코인업은 중국과 남태평양 피지로 진출해 그 나라에서 업체가 발행하는 코인이 화폐로 쓰일 것이라고 홍보했다. MBC 기자가 직접 코인업을 찾아가 투자 상담을 받아본 결과 업체 관계자는 잡지부터 꺼내들었다. 잡지 표지 사진은 코인업 대표의 강석정씨와 문재인 대통령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합성사진으로 확인됐다. 해당 잡지는 코인업이 발행하는 ‘월간 인터뷰’라는 잡지였다. 코인업 관계자는 시간이 맞지 않아 사진을 합성했을 뿐 청와대로부터 허락을 받은 사진이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코인을 파는 것도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으로 많이 팔수록 직급이 올라가는 구조다. 투자 내용도 1000만원을 투자하면 두달 만에 5000만원을 돌려준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와 투자전문가는 코인업의 거래 상장 가능성을 일축하고 사기에 가깝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코인업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했다. 혐의는 특경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경찰은 코인업이 월드뱅크코인을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하겠다며 투자를 받고 투자자들에게 500%까지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한 것도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사기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 수사에 나섰고, 가상화폐업계에서도 코인업 같은 사기성 업체에 투자를 조심하라고 당부하면서 언론도 덩달아 코인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MBC 보도가 나오기 전 많은 언론은 코인업 투자를 높게 샀다. 오픈을 앞두고 코인업 측이 홍보한 사전 이벤트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확산됐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중앙거래소 격인 업체를 찾아야 하지만 코인업은 개인간 거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 2월 14일 MBC 보도 화면.
▲ 2월 14일 MBC 보도 화면.

언론 보도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조선일보 기사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 11일 특별섹션 판에 코인업 대표 강석정씨를 소개하는 홍보성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강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월드환전센터를 “각국 화폐 환전 및 핀테크 송금을 할 수 있고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를 발급 및 유통하며, 디지털 화폐와 상품권 등 새롭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화폐를 환전할 수 있는 종합 금융허브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화폐 시장에서 월드환전센터는 실물화폐와 디지털 화폐의 간극을 줄이는 종합 컨트롤 타워로서 자리 잡고자 한다. 디지털 화폐 통합 거래소이자 각국 통화를 거래하는 허브로서 다양한 형태의 화폐를 이용해야 하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신규 금융 플랫폼으로 부상할 계획이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월드환전센터는 새로운 핀테크 모델을 도입하고 신규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중개자로서 송금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최근 동대문 굿모닝시티에 140평 규모의 건물에 임대계약을 맺고 해외 화폐를 인식하는 ATM 기기를 설치하고 송금서비스를 개설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을 보도했다.

문제의 인물인 강석정씨 말도 실었다. 조선일보는 “월드환전센터 강 대표는 환전업무만 38년을 했던 전문가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치열하게 노력해 자수성가한 CEO로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여러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일자리 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강석정씨를 금융컨설팅의 롤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선일보는 사기로 판명되고 있는 코인업에 왜 홍보성 기사를 실었을까. 이아무개 객원기자가 쓴 기사는 30여건. 이 기자가 쓴 기사 목록을 보면 대부분 기업 CEO와 단체 대표 인터뷰 그리고 기업 제품 출시, 대학 홍보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기자가 쓴 한 기업의 제품 출시 기사와 관련해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이번 건에 한해서는 비용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보통 섹션판에 나가는 보도는 우리 쪽에서 주제에 맞춰 자료를 드리면 기사를 실게 되면 비용을 집행하는 식”이라며 “이아무개 기자하고는 접촉한 적은 없다. 조선일보의 실무 담당 선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기자가 쓴 기사를 실은 조선일보는 기사를 쓴 이아무개 객원기자와 통화를 요청했지만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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